한래서왕(寒來暑往)
한래서왕(寒來暑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11.09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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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법안 <논산 안심정사 주지스님>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모두가 몸도 마음도 움츠러든다. 모두들 당연한 것 같지만 막상 닥치면 준비가 덜 되었음을 실감하니 말이다. 어쨌든 마음이 조금만 훈훈한 여유를 가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느새 절집 마당에는 낙엽이 찬바람에 이리저리 미련 없이 날려 다니다가 마침내는 소각장에서 매캐한 향내를 남긴 채 긴 여정을 마친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 '낙엽을 태우면서'란 수필이 있었다. 지금은 그런 정취도 깊은 산속의 산사에서나 느낄 수 있는 정취로만 남아버린 것 같다

세상은 변함없이 돌아간다. 누가 어찌 되었든 상관없이 말이다. 각자의 업에 의해 세상은 그 업의 눈으로 보고, 업의 몸을 받아서 업의 움직임에 따라서 그렇게 살아간다.

세상이 여간 시끄럽지 아니하다. 어느 한 시대고 조용한 시대가 없었겠지만, 그 관심대상이 사회 정의나 공중윤리 도덕이나 민족의 생사기로에서 좀 더 잘해보자는 주장이었거나, 각자 자신이 앞에 큰 감을 놓겠다는 이기적 발로이거나 두 가지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한 조직이나 사회가 얼마나 건전성을 지녔는가에 따라서 그 미래가 결정되는 것 같다. 사회적 혼란이 극에 달한 것 같다던 선진국이 선진국으로서의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음은 그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구성원들의 정신문화의 수준에 의해서 일 것이다. 어느 시대고 이기적인 사람이 없었던 때도 또한 없었을 것이다. 다만 조직과 민족과 인류의 이익과 공존공영을 먼저 생각하는 비율 문제였을 것이다.

오늘 아침, 고요히 생각해볼 일이다. 우리 사회는 과연 진급해가는 사회인지? 아니면 강등되어가는 사회인지 말이다. 우리 지역에서도 '세종시' 등 몇 개의 사안이 첨예한 대립을 일으키고 있다. 선동적 정치인이 많이 나와서 중우정치(衆愚政治)를 하는 사회로 급락하는 것은 아닌지도 한 번쯤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이든지 국가이든지 그 운명은 그 구성원의 생각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고, 역사상에서 흥하거나 망한 국가나 민족의 외래세력에 의하여 흥하거나 망한 것이 아님은 분명한 사실이 아니던가?

소아(小我), 개아(個我)가 먼저가 된 비율이 높아질수록 그 사회는 퇴보하는 사회요, 강등하는 사회이며, 역사에서 사라져버릴 운명에 가까운 사회가 될 것이다. 우리 민족의 역사를 놓고 보더라도 사회 정의와 공중윤리 도덕과 이익배분이 비교적 공정성을 가질 경우에는 그 사회가 건전하였고, 외세의 침범을 받았을지라도 유지되는 데 별 문제가 없었다.

지도자들과 피지배층이 격심한 대립을 겪거나, 피지배층이 포기를 한 경우에는 어김없이 외세의 침략을 받거나 지배를 당한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지 아니한가? 자신의 운명의 주인도 자신이요, 국민들의 의사결정도 또한 국민 자신이 온전히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국론의 분열도, 사회의 혼란도 모든 국민들이 지는 책임이다. 그러나 공동책임은 무책임이라는 서양속담이 있듯이 그 책임을 공동책임으로 무책임하게 넘어가려는 심리들이 많아지면 그 사회는 틀림없이 어려워질 것이다.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 것이 아니라, 역사를 보고 살아가는 것도 또한 중요한 시점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낙엽이 이리저리 흩날리며 자신의 책무를 마치고 미련 없이 떠나는 것처럼 그렇게 떠날 수 있도록 함도 인생을 멋지게 산 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현재 우리의 모습은 과거에 우리가 했던 생각의 결과다."(붓다)

한래서왕! 추위가 오면 더위는 물러간다고 했던가 겨울이 오니 봄도 머지않을 것인데. 겨울비 내린 날에 훈훈한 마음을 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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