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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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4.03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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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을 관찰하는 일은 쉽다.

움직이지도 않고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나무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곤충을 관찰하는 일은 많은 인내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나무와 곤충의 관계를 인식하기보다는 개별적인 존재로 파악해 버린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번역되어 나온 조안 말루프의 ‘나무를 안아보았나요’에는 관계성에 주목한 기록이 나온다.

우리나라에도 많이 자라고 있는 참나무 열매인 도토리안에 알을 낳는 딱정벌레목의 바구미는 부화하여 도토리가 익어감과 동시에 성장한다.

도토리가 다익어 떨어지면 바구미의 운명은 도토리를 모으는 다람쥐의 손에 달렸다.

다람쥐의 눈을 피해 살아남은 도토릿속 바구미는 어미가 산란할 때 뚫었던 구멍을 갉아서 넓히며 밖으로 나온다.

이것이 참나무와 다람쥐와 딱정벌레목 바구미와의 관계이다.

여기에 새로운 관계가 나타난다.

도토리나방이다.

녀석은 참나무 잎에 알을 낳는데 알에서 나온 애벌레는 좋아하는 먹이인 도토리를 찾아간다.

그러나 이들은 도토리의 딱딱한 껍질을 뚫지 못한다.

앞서 바구미가 뚫고 나온 구멍이 있는 도토리에만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참나무 한그루를 벤다는 것은 그 나무와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많은 생명들이 사라짐을 의미한다.

2005년 상영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처음 장면에서 도시의 우회도로를 건설하려는 시관계자와 그로 인해 자신의 집이 헐리는 것을 막으려는 사내가 나온다.

터무니 없는 도시계획이라는 주장에 건설업자는 이미 십 수년전에 공시가 되었다며 절대 바꿀 수 없다고 말한다.

한참을 실랑이 하고 있을 때, 자동차에 뛰어들려는 것을 구해준 것이 인연이 된 친구가 와서는 이보다 더 급한 일이 있다며 놀라운 사실을 이야기 한다.

실은 자신이 베텔게우스 행성에서 온 외계인이고, 곧 지구는 은하계 초공간 우회로 건설로 알파켄타우리 행성의 보곤족에 의해 파괴될 것이라는 것이다.

외계인 친구를 둔 덕분에 지구멸망의 순간을 벗어난 주인공이 나중 보곤족에게 그렇게 밀어붙이는 법이 어디있냐는 질문에 그들은 은하계에 이미 200년전에 공시된 사항이라고 이야기한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전북 군산, 김제, 부안에 33Km의 방조제를 쌓아 1억 2000만평의 농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경제성을 따져 진행된 것이 아니라 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제안되었고, 1991년 공사가 시작되었다.

새만금에 앞서 만들어진 시화호가 심각한 수질문제를 일으켰고, 공사비를 능가하는 수질정화비용을 투자했지만, 결국 담수호를 포기하고 해수유통으로 그나마 수질을 보전할 수 있게 되면서 그보다 훨씬 큰 새만금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기 시작했다.

담수호 수질문제와 더불어 개펄의 생태적 가치가 간척사업으로 얻는 논보다 몇 배는 높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간척의 목적조차 애매해져버렸고, 2003년 법원에 낸 새만금 방조제 공사 집행중지 가처분 신청이 수용되어 방조제 공사가 중단되었다.

그러나 사업주체인 농림부의 항고를 고등법원이 받아들여 2004년 공사는 재개되었고, 환경단체의 항고로 대법원까지 올라간 새만금간척사업은 우리나라 야구가 일본을 이긴 지난 3월 16일, 이미 상당부분 진행된 국가사업이고, 취소할만한 근거가 없다며 환경단체 등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내 33km 중 남아 있는 2.7km를 막는 공사가 재개되었고 4월말이면 모든 물길이 막히게 된다.

경제적 가치논쟁을 떠나 개펄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다양한 생물들, 새만금을 중간기착지로 이용하는 그 많은 철새들, 그들에게 간척사업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한그루의 참나무를 베는 것과 거대한 생명터전의 숨통을 막아버리는 일이 우주 우회로를 건설한다며 지구를 없애버리는 보곤족과 무엇이 다를까? 지구상의 인구보다 더 많은 생명이 살고 있는 새만금을 눈하나 깜짝하지않고 죽일 수 있는 우리는 지구를 없애려는 보곤족에게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이미 공시되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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