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면-참교육칼럼
5면-참교육칼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4.21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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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봄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흙이 움직이고 공기가 간질거리는 위쪽 세상에서 무언가가 절박하게 부르고 있었다.

마침내 그는 햇빛 비치는 세상으로 조그만 얼굴을 내민 다음 따뜻한 풀밭을 굴렀다.

불어난 강물은 낄낄거리고 흘러가며 강가의 생명들을 붙잡고 흔들며 놀았다.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봄은 내내 지상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온갖 것들을 흔들어 깨우고 새롭게 한다.

그 뿐인가. 봄은 또한 사람의 거리에도 희망을 불어넣으며 온갖 낡은 것들을 떼버리고 새롭게 한다.

그 뿐인가. 어느새 봄은 세계를 하나로 이루고자 시공을 흩뜨리며 온갖 억압과 차별에 저항하는 혁명의 역사로 승화하고 있기도 하다.

먼저 2006년 프랑스의 봄은 거리에서 시작됐다.

화창한 봄날씨 속에 파리의 시가행진이 시작된 파리 동쪽 레퓌블리크광장은 형형색색의 각종 단체 깃발, 구호가 적힌 고무풍선과 플래카드, 기발한 시위도구, 노래와 춤, 구호로 넘쳐났다.

광장을 출발한 시위행렬은 바스티유광장, 이탈리광장으로 이어지는 약 5㎞의 4차로 도로와 인도를 가득 메웠다.

축제와도 같은 시위행태에 주요 도로, 철도역, 공항, 관청 등에 대한 학생들의 기습점거 시위와 폭력적 저항이 가미되기 시작했다.

4일에 이은 11일의 대규모 노학연대 시위는 ‘최초 고용계약제’에 대한 사실상의 장례식이었다.

(프랑스의 최초 고용계약제(CPE) 철회 촉구 시위 보도)‘이민자들의 존엄을 위한 행동의 날’이란 구호아래 수도 워싱턴을 비롯한 전국 60여개 도시에서 200만 명 이상이 시위에 참여했다.

로스앤젤레스 중심가에서는 학생들이 각국의 국기를 이어 붙인 대형 만국기를 들고 새 이민법을 통과시킨 것에 반대하는 가두 시위행진을 벌였다.

이번 시위는 1960년대 흑인민권운동과 베트남전 반전시위 이후 규모와 열기면에서 가장 두드러졌다.

(미국의 이민법 반대 시위 보도)60년 4월19일 오전 청주농고 전교생은 교내에서 간단한 집회를 한 뒤 거리로 뛰쳐나왔다.

어깨동무를 한 학생들은 ‘3·15부정선거 규탄한다’, ‘학원 자유를 달라’는 등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4·19혁명은 학생 등 민중세력이 잘못된 세상을 바꾼 엄청난 거사였다.

4·19는 지났지만 우리들 가슴속 혁명은 계속되고 있다.

(4·19혁명 기념비 제막식 보도)따라서 봄은 우리가 눈앞에 핀 벚꽃을 구경하거나 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것으로 확인할 수 없다.

봄은 그렇다면 무엇인가.봄은 유채꽃이 하나하나 가만히 피어나다가도 바람결 따라 한꺼번에 와아 함성을 지르고 노랑물결 바다를 이루는 큰 동작이다.

봄은 풀이 하나씩 솟다가도 봄비 끝에 언덕배기 멧부리에 금방 초록 벌판을 채색하는 큰 화폭이다.

봄은 따로 경계를 짓던 빈 들판 논배미마다 물로 배어들고 적셔 마침내 하나로 만물을 키우는 큰 질서이다.

그런데 이 모두를 가르치고 배우는 학교에는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는 탄식이 가슴을 친다.

대부분의 고등학교들이 학생들의 건강, 수업 효과 등을 생각하지 않고 조기등교에 슬그머니 0교시를 부활하고 있음에, 더욱 나쁜 것은 그렇게 받는 교육이란 것이 생활세계와 무관한 정답만을 전수하여 침묵의 문화를 낳고, 무기력한 인간을 낳고, 자각 없는 경쟁의식을 분출시킬 뿐임에….그러나 학교는 봄이 오듯 진실의 나눔이 역동하는 장소로서 진실성이 소외된 세상의 전복을 이렇게 꿈꾸어야 한다.

꿈은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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