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석 자도 부끄러운 것을
이름 석 자도 부끄러운 것을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10.2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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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백영기 <쌍샘자연교회 담임목사>
하나님의 종이라 자처하는 목사들도 무슨 전단지에 보면 이것저것 경력과 학력 등 빽빽하게 늘어놓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세상도 그렇고 교회도 그런 이력을 중요시하니까 그렇겠지만 그래도 이런 걸 보면 씁쓸합니다. 없는 것을 써 넣는 것도 아닌데 그게 무슨 문제냐고 할 수 있지만 오직 하나님의 뜻만을 위해 살아야 할 사람이라면 두 말 없이 그리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해 종교개혁기념주일로 쌍샘에 오신 이 아무개 목사님은 그 흔한 현수막이나 강단의 당신 이름 하나 걸린 것을 거부하셨습니다.

"나는 내 얘기하러 온 것이 아니라 성서의 말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러 온 것이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주일 예배의 말씀 또한 짧지만 명료하고 가슴시린 메시지였습니다. 예루살렘에 안 가시겠다고 하시곤 제자들 몰래 올라가셔서 일하신 주님은, 당신 자신을 생각할 때는 분명 안가고 싶었지만 하늘 아버지를 생각하니 그럴 수 없어 '식언'한다는 소리를 들을지언정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셨다는 내용의 말씀이었습니다. 그래 그렇지, 주님도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흔들릴 수 있고, 나를 생각하면 뒤돌아설 수 있지만 하나님을 생각하면 다시 마음을 고쳐먹게 된다는 그런 메시지였습니다.

예배를 그렇게 간단히 마치시고는 교우들과 둘러 앉아 눈과 눈이 마주치고, 마음과 마음이 통할 수 있도록 가깝고 정답게 자리를 만드신 다음 다시 이야기를 풀어나가셨습니다. 이야기의 핵심은 예수님처럼 살자는 것이었습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결코 어렵거나 힘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은 정말 쉬워 누구라도 할 수 있을 정도의 단순하고 명확한 삶의 자세와 내용을 주셨다는 것입니다.

신앙 간증 같기도 하고, 성서이야기 마당 같기도 한 그때의 종교개혁주일은 우리에게 참으로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목사로서 들으면서 가슴이 뜨거웠습니다. 부끄럽기도 했고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이루려고 애쓰는 그 모든 일들에 비하면 정말 예수님의 말씀은 참으로 단순하고 쉽습니다. 세상적인 욕심을 버리지 못하여 힘든 것이지 그 욕망만 내려논다면 예수를 따르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입니다.

목사님은 주님과 동행하는 삶, 말씀을 따라 사는 삶이 어떤 것인가를 잘 보여 주셨습니다. 어렵고 힘든 삶을 살려고 하지 말고 예수님의 말씀과 삶처럼 쉽고 옳은 그런 행복한 인생을 살라고 하셨습니다. 남 탓하지 말고, 다른 사람 바꾸려고도 하지 말고 우선 자신이 좋아하고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하되 그것이 주께 합한 것인가를 물어 맞다면 주저 없이 그 길로 나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당신의 이름조차 내놓지 않고 '이 아무개'로 통하는 목사님을 보면서 종교개혁기념일을 앞두고 참으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나 자신을 덧씌우고 포장해 온 많은 것들이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오직 은총, 오직 성서, 오직 믿음'을 앞세워 시작된 종교개혁과 개혁교회는 인간적이고 인위적인 모든 것을 과감히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래서 프로테스탄트의 정신을 다시 회복해야 합니다. 개혁의 주체였던 교회가 이제는 대상이 되었다는 가슴 아픈 소리를 듣는 지금이야말로 성서와 역사 속의 예수 그리스도를 다시 찾아 깊이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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