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 꽃마을에서 만난 삶의 모습
성모 꽃마을에서 만난 삶의 모습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10.12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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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이길두 <청주교구 교정사목 신부>
성모 꽃마을을 다녀왔다. 성모꽃마을은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호스피스 시설로 임종을 앞둔 암환자들이 몸의 쾌유를 위해 몸조리를 하는 곳이기도 하며, 죽음을 잘 맞아들일 수 있도록 선종을 도우는 곳이기도 하다. 신앙인, 비 신앙인 할 것 없이 좋은 자연환경에서 자연치유력과 아울러 하느님께 의지하며 제3의 인생을 준비하는 곳이기도 하다.

선배 형님 신부님이 운영하는 곳이어서 가끔 미사에 가서 도움을 드리곤 하는데 몸져 누운 병자들에게 미사와 성체를 나누어주면서 느끼는 바가 크다.

나는 두 가지를 본다. 삶의 모습과 죽음의 모습이다. 살고자하는 열망과 죽음에 직면한 모습. 오늘 죽는데 내일도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면 오늘은 지옥이다. 오늘 죽고 싶은데 내일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오늘이 지옥이다. 그러면 천국은 어디 있는가 스스로에게 자문해 볼 일이다.

꽃마을에 다녀와서 정작 죽음 앞에서 인간의 삶이 이렇게 약한 모습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며 깨닫는다. 살고자 하는 사람은 죽음에 직면한 모습을 보면 되고 죽음에 직면한 사람은 살고자 하는 열망으로 의지를 불태우면 되는 데 어찌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함을 가지지 않고서 삶에 대해 죽음에 대해 대 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가!

죽음에 대한 단상이다.

즐기지는 못하고, 쌓는 재미로만 살아가는 인간들이 많다. 그런가 하며 즐기지는 않고 타인에게 전시하는 맛으로만 살아가는 인간들도 허다하다. 즐길 줄만 알았지 고마워할 줄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 고마운 줄 알면서도 후히 나누어 주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빈 손으로 이 세상 떠날 때 부끄러움이 와락 앞을 가로막을 사람이 너무도 많은 것이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부끄러움이 나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의 살 때를 위한 계획은 세우면서도 죽을 때를 위한 계획을 세우지 않기에 오늘 나는 잠시 한때 성모 꽃마을을 다녀와서 죽을 때를 위한 계획은 아니더라도 죽을 때의 모습에 대해 진지함을 배울 수 있었다.

죽음이 나를 털려 할 때 내 호주머니가 빈 주머니여서 죽음이 허허 웃으며 돌아갈 수 있도록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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