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면-현장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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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10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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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명의 하청노동자에게 50년 6개월이라는 전대미문의 구형량을 검사님께서는 근엄하게 낭독하셨다.

여기에다 벌금으로만 1억 3000여만원도 함께 구형하면서 검사님은 단호하게 마지막 입장을 밝혀는데 요지는 대강 이렇다.

“지금 이 자리(재판장)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설움을 토로하는 자리가 아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는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권력에 대한 폭력행사 등 이러한 것들이 용납될순 없다.

사회가 발전하고 있고, 그만큼 자신의 의사표현 방법 등에 대해서도 합법적인 틀내에서 이루어지기를 요구하고 있다.

불법폭력행위 등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통해서 법과 공권력이 존재함을 보여지기를 기대한다.

”나 또한 피고인으로서 검찰의 구형을 들으면서, 순간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우선, 단일 노동조합의 쟁의 사건에 대한 구형량 치고는 아마 역대 최대일거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고, 두 번째로는 검찰이 이번 구형량을 통해서 구현하려고 하는 가치에 관한 부분에 대한 것이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법과 질서를 유지하고 보호하는 것이 검찰의 주된 임무이고, 이런 차원에서 나와 우리 하청노동자들의 행위에 대한 일벌백계를 통해 ‘법질서 수호’라는 하나의 사회정의를 실현하려다보니 이런 진기록에 가까운 구형량을 매겼나보다고 순간 나는 이해했다.

그러나, 이렇게 이해만 하기엔 너무나 아쉬운 구석이 있다.

왜냐면 2% 부족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하이닉스, 매그나칩 하청노동자들의 문제에는 아직 법적으로 포괄하지 못하는 또하나의 사회정의의 문제가 있다.

인간으로서 대접받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한번쓰고 버려지는 화장실의 1회용 똥종이가 아니다.

”라는 인간선언을 하는 하청노동자들에게 인간의 권리를 찾아주는 또하나의 사회정의구현이라는 가치의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시되는 하루 8시간 노동제가 정착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세계의 노동자들의 법질서 수호라는 명분아래서 사형되고 투옥되었는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한마디 말을 남기기위 위해서 청년 전태일은 법질서의 수호자인 경찰로부터 탄압을 받았는가. 나는 우리들에게 내려진 검찰 구형량에 대해서 왈가불가하고 싶진 않다.

다만, 우리사회가 실현해야 될 가치이지만 아직, 제도와 법이 영역에서 실현하고 있지 못한 가치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은 인정해야 한다.

새로운 가치가 실현되는 과정은 언제나 기존의 가치와 충돌을 동반한다.

비정규노동자들에 대한 인간적 기본권 보장이 옳은 가치라면, 기존의 수구적 가치체계의 반발은 좀더 유연해져야 한다.

그리고 기존의 가치체계의 수호자는 아직 사적영역, 혹은 법외영역에 있는 새로운 가치를 보다 빨리 흡수해야 한다.

그게 빨리 사회를 발전시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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