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을
행복한 가을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9.21 21: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낮은 자의 목소리
이길두 <청주교구 교정사목 신부>
하느님은 인간들에게 각자 '자기꽃'을 원한다고 합니다. 담모퉁이에 이름모를 들풀 한 포기보다 오월의 화려한 장미꽃이 훨씬 아름답다고 아무도 얘기하지 않습니다. 신은 들풀에 장미꽃 이파리를 올리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들풀대로 장미꽃대로 각자 최선을 다해서 땀흘리는 모습을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평가할 것입니다.

'자기다워지는 것', '자기연출'을 훌륭하게 하는 사람은 어디에서나 빛이 납니다. 하느님은 아마도 그런 모습을 원하실 겁니다.

행복할 이유가 참 많습니다.

연일 이어지는 맑은 날씨 덕분에 행복합니다.

가족, 친지, 이웃들의 관심과 사랑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좋은 책을 읽고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지금 내가 힘들어도 조금만 더 인내하면 행복한 일이 다가올 거라는 희망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행복할 이유가 무척 많아서 또 행복합니다.

바람이 많이 불어 댑니다. 이 바람이 지나가면 산과 들의 초록은 더욱 짙어질 테고, 태양은 하늘 높은 데로 올라가고 흐르는 물들은 더 낮은 곳으로 내려 갈 겁니다.

이렇게 자연을 통해서 가을이 가까이 오고 있음을 느껴 봅니다. 어김없이 반복되는 자연의 변화이지만 언제나 같은 모습입니다. 우리들도 변함없이 늘 같은 마음으로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항상심'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아침입니다.

하늘이 무척 맑고 바람도 단 날, 비 온 뒤의 맑음과 평화가 있습니다.

이런 날에 이해인 수녀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런 날은 아무도 죄를 지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정말 그렇습니다. 맑고 푸른 가을 하늘에 마음을 푹 담그면 내 마음에도 온통 푸른 물이 뚝뚝 떨어 질 것 같습니다. 이런 날 어떻게 나쁜 마음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평화로운 가을, 오늘 이 아침을 푸른 물로 물들여 봅시다. 좋은 예감, 좋은 생각, 좋은 향기, 좋은 마음, 좋은 소식.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