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을 오르며
백두산을 오르며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12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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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달이 고요하게 이깔나무 숲을 헤치고 비포장 길을 달려온다.

그림이나 사진으로 꿈속에서 보았던 백두산을 비춘다.

박용수 시인과 나는 단짝이었기에 베게봉 호텔방을 나와 마당에서 제일먼저 달을 보았다.

언제 나왔는지 김해화 시인이 밝은 달을 사진기로 촬영하고 있다.

백두산에서 처음 보는 달이다.

황석영 소설가도 마당으로 나와 밤 공기가 좋다고 말한다.

나는 자작나무 아래서 밤별을 보았다.

맑고 깨끗한 별빛이 물소리를 내며 쏟아져 내렸다.

반짝반짝 노래하며 별들이 숲으로 달아난다.

이른 새벽 3시에 백두산을 가기 위해 차에 올랐다.

이깔나무 숲길을 달은 따라오고 싱그러운 밤바람이 온갖 꽃향기를 실어왔다.

북측 운전기사는 인사를 하며 백두산 날씨가 좋아 해뜨는 것을 선생님들이 볼 수 있다고 하며 보통사람들에게 잘 안보여 주는데 선생님들은 마음씨가 좋은 것 같다고 말한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백두산을 몹시 올라가보고 싶어했다.

그러나 길이 멀고 지형이 험한데다 승냥이나 범 같은 산짐승들이 욱실거려 감히 가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분단이 된 이후로는 더 갈 수 없는 산이었다.

백두산을 멀리서 바라보면 그 생김새가 매우 단조롭다.

그러나 가까이 가보면 웅장한 산세에 수많은 봉우리들이 솟아 있어 생김새가 복잡하다.

백두산마루의 봉우리들은 40여 개에 이른다.

백두산마루에는 우리나라의 으뜸봉우리인 2750m의 장군봉이 우뚝 솟아 삼천리 금수강산을 굽어보고 그 줄기에서 뿌리내린 16개의 봉우리들은 2600m를 넘는다.

산마루에 있는 봉우리들은 장군봉, 해발봉, 망천후, 천문봉, 백암봉, 차일봉(용문봉), 백운봉, 녹명봉(지반봉), 청석봉(옥주봉), 옥설봉(관면봉), 와호봉, 제운봉, 관일봉, 비루봉, 쌍무지개봉, 천황봉 등이다.

그 안에 있는 못을 ‘하늘에 있는 거룩한 못’ 천지(天池)라고 했고 용담(龍潭), 용왕담(龍王潭)이라고도 했다.

여의도만 한 크기의 원형이다.

천지의 최대 수심은 384m이다.

백두산은 조선시대 세 차례 1597년, 1668년, 1702년 화산이 활동했다고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되어 있다.

백두산은 지금으로부터 100년전 1892년 화산활동이 있었다.

백두산의 자랑은 노랑만병초 호반 식물상을 대표하는 진달래과에 속하는 사철푸른 떨기나무로 5월 하순부터 푸른 바탕에 금빛 수놓은 주단을 펼쳐놓은 것처럼 피어난다.

7월하순부터 두메아편꽃, 담자리꽃, 좀참꽃, 구름오이풀, 하늘매발톱 두메양지꽃 등 수많은 꽃들이 피고. 8월, 9월에는 두메잔대, 바위구절초, 구름국화, 두메솜비취, 화살곰취, 삼잎방망이가 핀다.

백두산의 특산 명물은 들쭉 열매다.

이것으로 술을 담그면 약효가 있어 옛날에 임금님 진상품이 되었다.

백두산의 바람은 통나무도 날려버린다.

이날 아침 해뜨는 것을 보러 올라갔다가 날아 가버릴 것 같은 바람을 만났다.

김영현 소설가는 웃으며 백두산의 해와 달이 만나는 장면을 보며 어린아이처럼 기뻐한다.

북측이 백두산 해맞이를 내세우는 이유를 짐작한다.

북측의 시인 장해명의 ‘찬양시’를 읽으면 북한 시작품을 이해하는 빠른 길이 될 것이다.

‘백두의 아들’을 전문을 싣는다.

동서천리를 넘나드는 백두의 눈바람을/처마밑에 잠재우고/떠가는 구름을 아득히 굽어보며/만리창공에 솟은 집//삼가 백두의 아들이 탄생하신/고향집 뜨락에 서니/아, 가슴 가득 안겨오는/백두산의 장쾌함이여//줄기줄기 뻗어내린 조국의 산발들은/저아래서 련련히 굽이치고/건 듯 머리 쳐들면/작렬하는 태양이 이마에 닿을 듯/여기선 하늘도 가까웁다//아들의 탄생을 축복하던/그 경사의 날/백두가 드린 꽃다발인가/눈덮인 마당가엔/떨기떨기 하얀 만병초//조국과 혁명을 이끄시고/비바람 헤쳐가야 할 아들이시기에/그 어떤 광풍앞에서도/흔들리지 말아야 할 아들의 심장이기에/억년 드놀지 않는 백두산악이/고향집 주추돌로 되었던가! //령장의 기상 지니시라고/룡마바위, 장검바위.../기세찬 뭇봉우리들을 거느리고/정일봉은 여기/고향집 뒤뜨락에 뿌리내렸던가//벽이며 지붕이며/통나무로 쌓아올린 집/추녀낮은 귀틀집에서/나라잃은 인민의 아픔 체험해보셨기에/그이는 인민을 자신처럼 잘 아시는 것이리//생나무도 얼어터지는/ 백두의 엄한속에서 성장하셨기에/만민을 품안으신 그이의 심장/그리도 뜨거우신 것이리//항일대전의 총성 울리던/백두련봉을 뜨락처럼 밟으시며/무비의 담력/강철의 의지를 벼리신 그이//천둥우레와 함께/ 저 하늘에 번쩍이는 백두의 번개를/멸적의 장검으로 비껴드셨는가/그이앞에선/천만대적도 낙엽처럼 흩날려지거니//그이는 백두의 아들/눈우에도 꽃을 피우는 그 열렬함과/우레와 번개와 눈보라를 품은/백두의 기상, 백두의 기질을/천품으로 타고나신 분//아, 오늘은 세기의 하늘가에/사회주의 거봉으로 솟아오르시여/밀려오는 검은 구름 산산 짓부셔버리는/백두의 아들 김정일 동지!//무궁한 세월에 그이는 무궁토록 영원하시리/만고풍상에도 끄덕없는/어머니 백두산과 더불어/온누리에 성스러운 백두의 채운 뿌리시며/호호탕탕 백두령장의 기상 떨치시며// 주체83! (1994)년 2월 에 쓴 북측 시인의 대표적인 찬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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