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82>
궁보무사 <82>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12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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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부용아씨의 복수

‘아! 내 살이 다 떨리고 가슴이 콩닥콩닥 뛸 정도로 기가 막히게 잘 생겼구만. 그의 실체를 알고 있는 내가 지금 기분이 이럴진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사내놈들이 본다면 어떨까. 아마 모르긴 모르되 미치고 환장들을 하겠지.’율량은 천천히 심호흡을 가다듬은 후 양지 앞으로 다가가 그의 귀에 대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렇게 물었다.

“내가 얘기했던 기름은 준비되었지?”“네, 여기 있습니다.

”양지는 이렇게 말하며 옆에 놔둔 통통한 가죽주머니를 두 손으로 집어 들어 보였다.

“이거 불에 잘 붙는가?”“네, 아주 잘 붙습니다.

”“활활 잘 붙어?”“직접 실험해 보았지만 이걸 바르고 나면 두꺼운 돼지껍질조차도 대번에 구워버릴 수 있을 정도로 불이 아주 잘 붙습니다.

”양지가 자신에 찬 목소리로 다시 대답했다.

“자, 이제부터 우리들은 저들의 뒤를 몰래 따라다니다가 가마를 타고 가는 저 명기라는 여자와 자네가 재빨리 바꿔치기를 해버리는 거다.

알았지?”“알았습니다.

”양지는 율량이 묻는 말에 이렇게 대답을 하고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어보였다.

강치 일행과 다시 만난 봉명은 잠시 상의를 한 끝에 우선 한벌성 근처 이곳저곳에 사람들을 보냈다.

돈푼깨나 있는 사내들에게 명기를 소개해서 팔아먹고자 보내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을 다 보내고난 봉명은 매우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휘휘 내젓더니 아쉬움에 가득찬 목소리로 강치에게 말했다.

“이제 사람들을 이곳저곳으로 보냈으니 적당한 가격을 쳐서 명기를 사가고자 찾아오는 자들이 나타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기왕에 팔아먹을 거라면 두 눈이 확 튀어나올 만큼 아주 오지게 값을 받아내도록 해야하지 않겠습니까?”“아 그야 물론 당연한 말씀입지요.”“그런데 우리가 저런 명기를 팔아먹는 데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한계, 한계라니요? 그게 무슨….”강치가 놀라며 얼른 물었다.

“한마디로 말해 저여자 인물이 너무 처진다는 것이지요. 제아무리 쪽을 보고 돼지를 잡는 건 아니라지만 그건 그냥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 아닙니까. 물론 명기 맛을 한 번 보고난 사내들이야 환장을 하겠지만, 그렇다고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간단하게나마 명기의 맛을 보도록 해줄 수는 없는 일이고, 그러나 여자의 미모야 아무리 쳐다봐도 닳거나 손상이 되어지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그 그렇지만 이제와서 어떻게 합니까. 원래 생겨먹은 게 저럴진대 그렇다고 지금 당장 저런 얼굴을 뜯어고쳐 줄 수도 없는 입장이고.”강치가 즉시 당황하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럼 일시 방편삼아 저 얼굴을 살짝 가려놓고 있는 것이 어떻습니까?”“네에! 얼굴을 가려요.”“그렇습니다.

아까 월하미인이란 말씀도 하셨는데……. 별빛과 달빛이 교교히 흐르는 오밤중이 되기 전까지 만이라도 낮 동안에 얼굴을 살짝 가려놓고 있으면 우리가 값을 흥정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되겠지요.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보십시오. 지난 번에 데려왔던 그 명기 여자를 팔결성주에게 아주 비싼 값을 받고 우리가 팔 수도 있었는데, 그때 어느 누군가가 몰래 다가와 가마 안에 있던 그 명기의 얼굴을 한 번 보고 돌아가서 대번에 생각을 바꾸었지 않습니까?”“으음음……. 듣고 보니 그거 참 상당히 일리가 있는 말이요.”강치는 고개를 잠시 끄덕거리고 난 후 자기 일행 중 한 사람을 불러가지고 방금 전에 가마 안으로 돌아간 명기 여자에게 달이 뜨고 별이 뜨는 어두운 밤이 될 때까지 무조건 얼굴 위에 얇은 비단 천을 덮어쓰고 있게 하라고 일렀다.

명기 여자는 이것이 몹시 거북살스럽고 또 여자로서 자존심이 크게 상하는 일이라 생각되었지만, 그러나 그녀 역시 돈을 벌고자 하는 일이기에 순순히 그 말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쩌면 그 명기 여자는 속으로 이런 독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지금 내 얼굴이 어떠니저떠니 해가며 건방진 말들이 퍽 많은가 본데, 어떤 놈이든지간에 내 좁은 구멍 안으로 기어들어오기만 해보라구. 그 즉시 놈을 꼼짝 못하는 포로로 만들어가지고 내 맘껏 부리고 말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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