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했던말 기억은 할까
지난여름 했던말 기억은 할까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9.08.04 2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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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김금란<교육·문화부 차장>
전국 사제들의 시국기도회가 열린 4일 저녁. 청주금천동성당 앞은 분주했다. 사제 60~70명을 한꺼번에 만나기도 어려운 광경 앞에서 신자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날 강론을 맡은 증평본당 조성학 신부는 이날 200년 전의 인물인 다산 정약용의 시 '용산촌의 아전'을 인용해 현 시국이 안갯속처럼 눈을 뜨고 있어도 볼 수 없는 정국이라고 표현했다.

시의 전문은 이렇다. '아전 놈들 용산촌에 들이닥쳐서 /소 뒤져 관리에게 넘겨 주는데 /소 몰고 멀리멀리 사라지는 걸/집집마다 문에 기대 보고만 있네./ 사또님 노여움만 막으려 하니/그 누가 백성 고통 알아줄 건가.//'(다산 정약용)

용산은 옛날에도 문제의 땅이었던 모양이다. 조 신부는 다산 선생이 그토록 통탄했던 조선 후기의 시대상이 지금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것 같다며 국민의 눈을 가린 정부나 이런 정부에 권력을 쥐여주기 위해 선거권을 행사한 국민이나 누구 하나 반성하지 않을 사람이 없다는 말로 이날 강론을 시작했다. 이날 조 신부는 "선택에 따라 인생도 국운도 좌우된다"는 말과 함께 "정의 앞에 양심을 내세워 주장을 펼칠 젊은 세대도 없고, 이를 다그치는 대학교수도 없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성당 안에서는 금기 곡처럼 여기는 민중가요도 불렸다.

한 신부는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정부와 절개없는 국민, 분노하는 어른이 없고, 원리와 원칙이 무너져도 분노하는 지식인이 없는 게 현 작금의 모습 아니냐"며 개탄했다. 그런 와중에 성당 입구에 붙어 있던 '거짓말하지 맙시다'라는 문구가 눈에 스쳤다.

지난해 여름, 제주도에서 열린 여기자 세미나 초청 강사로 나온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의 말이 기억난다. "한자 '들을 청(聽)'처럼,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국민의 소리를 잘 듣도록 하겠다"고 했던 말 말이다.

시국기도회에 참여한 사제의 소리도, 내 탓이라고 말하던 신자의 소리도 듣는 이 없는 외침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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