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나를 살아야 한다
진정한 나를 살아야 한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8.03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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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백영기 <담임목사 청원 쌍샘자연교회>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는 나이 쉰 줄에 들어서야 인생의 깊은 속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러시아의 대문호로 인정을 받고, 상속 받은 장원과 수없이 입금되는 인세를 관리하던 어느 날 문득 자신이 소유한 1만6000 에이커의 땅과 300마리의 말이 도대체 자신의 인생에 어떤 해답을 주고 있는지 회의를 느꼈습니다.

고골리, 푸시킨, 세익스피어와 같은 문호들과 어깨를 겨루는 명성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재산도 명예도 예술도 모두가 일시적이라면 과연 사람은 궁극적으로 무엇을 손에 들어야 한단 말인가. 1878년, 50대의 톨스토이는 본래 3부작으로 구상된 '전쟁과 평화' 1부를 끝내고, 다음 작업을 준비하던 중 짜르 정부의 비협조로 집필 작업이 좌절되면서 이러한 고민과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는 '농민'들에게서 그가 찾고자 했던 진실을 보았다고 했습니다. 그는 '참회'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가난하고 학문이 없는 사람들과 만나 보았다. 그런데 상류층에게는 빈껍데기뿐이었던 신앙이 그들에겐 생활 속에서 실증되고 있었다." 톨스토이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준 사람은 돈 강 유역에 살던 떼모뻬이 본다료프(1820-1898)라는 농부입니다.

그는 '그대 이마에서 땀을 흘려야 그대의 빵을 얻으리라.'라는 성서의 말씀을 제 경험에 비추어 살았던 사람입니다. 그 뒤 톨스토이는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손바닥에 굳은살이 없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라'며 스스로 땅을 일구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물려받은 땅은 지역 농민들에게 거저 나누어 주고 자신의 저술에 대한 판권도 포기하고 누구나 자유로이 출판하도록 조치를 취했습니다.

사람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존재입니다. 가만히 세상의 사람들을 보면 정말 웃지 못할 삶을 살고 있습니다. 애들은 빨리 커서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고, 어른들은 어떻게 하면 젊고 어리게 보일까 하며 나이를 안 먹으려고 합니다.

바쁜 사람들은 좀 여유롭고 쉬고 싶다고 말하고, 일 없이 한가한 사람들은 제발 죽도록 바쁘면 좋겠다고 합니다. 돌아다니며 일하는 사람들은 정착하고 싶다고 하고, 정착한 사람들은 좀 쏘다니고 싶어 합니다.

지도자, 정치인들은 차리라 군중이 되고 평범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데, 군중의 사람들은 지도자가 되길 소망합니다. 무대에 서는 사람들은 객석을 부러워하고 객석의 사람들은 무대의 사람들을 부러워합니다. 그래서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자꾸 남을 보고 다른 걸 보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여전히 부러워하고 목말라 합니다.

아마도 그건 자기중심이 없다는 거겠죠. 정말 늦게라도 깨닫고 인생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면 그게 진짜 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죽는 순간까지 만족하지 못하고 늘 부러워하며 마음을 잡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젠 인생을 정리하고, 화해하고 돌아보며 마음을 풀고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합니다. 인생에서 정말 찾아야 할 것은 나이며, 진정 얻어야 할 것은 다른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얻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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