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다이어리가 벌써 나온 까닭은
2010년 다이어리가 벌써 나온 까닭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7.28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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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노창현 <뉴시스 뉴욕특파원>

며칠 전 동네에 있는 CVS에 들렀습니다. CVS는 '컨슈머 밸류 스토어(Consumer Value Store)'의 앞 글자를 딴 것인데 의약품과 화장품, 잡화류, 약간의 식품을 파는 체인점입니다.

매장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2010년 다이어리를 보게 됐습니다. "어라! 2010년이 되려면 반년이나 남았는데 벌써 나와"하고 집었지요. 한국이라면 늦가을은 돼야 등장할 다이어리를 대하며 미국인들이 이런 건 한국인보다 성질이 급한 모양이다하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살펴본즉 이유가 있었습니다. 2009년 7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표기된 다이어리였거든요. 올해의 절반이 보너스로 달린 것은 학교 시스템과 관련, 미국인들이 한 해의 시작을 가을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다시피 미국의 초중고 학기는 9월에 시작되고 이듬해 6월에 끝납니다. 보통 동부는 3~4개의 학기(Quarter)로 나눠지는데 학기 중에는 방학 개념이 없고 열흘 정도의 크리스마스 홀리데이와 겨울 휴가(Winter Break)와 봄 휴가(Spring Break)가 일주일씩 주어집니다. 학기가 끝나는 6월 말 학년을 마치고 졸업식도 하면서 두달반의 길고 긴 여름방학에 들어가는거죠.

덕분에 미국에 와서 재미있는 혼동을 겪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학생들이 6월 방학에 들어가면서 친구들과 '내년에 만나자'고 인사를 할 때 그 '내년'은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9월에 보자는 뜻입니다.

우리가 말하는 내년은 달력상의 내년이지만 학생들이나 교사들이 말하는 내년은 학사 일정의 내년인 셈입니다. 즉 '달력 연도(Calender Year)'와 '학교 연도(School Year)'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7월을 앞두고 내년도 다이어리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이는 학생들이나 교사들의 수요에 초점을 맞춘 것이고 연말이 되면 한국처럼 '신년' 다이어리들도 대거 등장합니다.

내친 김에 미국 다이어리는 한국 다이어리와 어떻게 다를까 비교를 해봤습니다. (물론 모든 다이어리가 똑같은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차이는 미국 다이어리는 맨 앞장에 개인정보를 기재하는 페이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맨 마지막에 이름과 전화 등 개인정보를 기재하는데 미국은 왜 앞에 있을까 개인의 다이어리니까 응당 맨 앞에 주인의 이름과 정보를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서구식 사고와 자신을 내세우기보다는 내것이라는 표시만 뒤에 하면 된다는 한국식 사고의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미국인 입장에서 재미있게 생각할 한국 다이어리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바로 가족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적는 난입니다. 사실 다이어리의 주인이 가족 이름과 생일을 모를 리는 없는데 구태여 이런 정보를 적도록 한 것은 우리 한국인이 그만큼 가정적이고 가족애가 있는 민족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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