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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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09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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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지저귐이 들리고, 산과 들이 아름다운 낭성초등학교로 옮긴지도 한참이 지났다.

창밖으로는 비가 내리고 있다.

올해 이곳으로 옮긴 나는 6학년을 담임하고 있다.

어제는 ‘선생님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는 무뚝뚝한 혜기의 일기장을 읽으며 찡한 감동을 받았다.

갈수록 각박해져 가는 세상 속에서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과 만나는 일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난 오늘도 아이들의 따뜻한 감성을 느끼며 행복하게 교단에 서 있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은 아련하게 추억들이 떠오르고, 그리운 얼굴들이 떠오른다.

전임 학교에서 글쓰기부를 맡아 3년간 지도하면서 아이들과 ‘문학기행’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했던 소중한 시간들이 생각난다.

체험을 바탕으로 한 글쓰기가 살아있는 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문학기행을 시작했었다.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는 것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며….첫 번째 코스로 정했던 곳은 삼탄으로의 기행이었다.

충북에 있는 곳으로 영화 ‘박하사탕’을 찍어 유명해진 곳이다.

그곳은 기차여행이 가능한 곳으로 기차역 주변으로는 개울이 흐르고 주변의 폐교된 학교에는 수련원까지 있어 활동하기가 매우 좋은 곳이다.

아이들과 도착해서 삼탄 개울에서 물장구도 치고 고기도 잡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제1회 삼탄 문학상 글쓰기 대회를 열었다.

아이들은 냇가에 발을 담근 채 글을 썼다.

글을 쓴 뒤 냇가에 모여 앉아 쓴 글을 발표했다.

시상을 하고 라면을 끓여 먹으며 삼탄에서의 첫 문학기행을 무사히 마친 뒤 어스름 저녁이 되어 청주행 기차를 타고 돌아왔다.

두 번째 코스로 정했던 곳은 정선 5일장 기행이었다.

기차를 타고 정선에 도착하여 다시 버스를 타고 정선 5일장이 열리는 정선장으로 향했다.

각자 준비한 용돈을 가지고 무공해 채소와 먹을거리를 사던 아이들은 장터의 아주머니, 할머니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참으로 즐거워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골 풍경에 취하며 두 번째 문학기행을 무사히 마쳤다.

세 번째 코스로 정했던 곳은 무박 2일의 정동진 기행이었다.

밤 기차를 타고 어둠을 헤치며 도착하여 바라본 새벽녘 해돋이는 정말로 장관이었다.

해돋이를 본 뒤 모래조각을 만들었다.

조각공원과 장승공원을 돌아본 뒤에는 신나는 해수욕도 하였다.

글쓰기를 하여 문학상을 시상하고 늦은 저녁에 청주역에 도착하여 3차 정동진 기행을 무사히 마쳤다.

그 외에도 의풍초등학교를 방문한 벽지 학교 기행, 꽃동네 봉사체험 기행, 고추따기 일손체험 기행 등의 문학기행을 실시하며 글쓰기 부원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지금도 문학기행을 하며 많은 추억을 함께 했던 예쁜 제자들이 생각난다.

이제 나는 낭성이라는 낯선 곳에서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낭성에서 새롭게 인연을 맺은 열여섯 명의 사랑스런 제자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순박한 웃음과 맑은 눈망울로 담임을 바라보는 해맑은 제자들에게 참으로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

돌아오는 토요일엔 열여섯 예쁜 제자들과 함께 학교 뒷산에 올라 나무들의 이름을 외고 새소리를 들으며 추억거리를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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