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이혼부부 기묘한 동거 늘어나’
‘경기침체로 이혼부부 기묘한 동거 늘어나’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7.1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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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러배마 헌츠빌에 사는 론다 브루스터는 지난 3월 남편과 이혼하기로 결정했다. 이혼을 결정하면 둘 중 한 사람은 짐을 싸서 나가는게 상식이지만 여전히 두 사람은 같은 지붕아래 살고 있다. 침실만 달리 쓸 뿐이다.

월 스트리트 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A섹션 1면과 6면에 경기침체가 이혼 부부들의 기묘한 동거 풍속도를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이혼을 결정하면 살던 집을 팔아 재산을 나누거나 어느 한 사람이 나가는게 일반적이지만 경기침체와 집값 하락으로 계속 살면서 각자 생활하는 부부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혼전문 변호사들은 많은 이혼 부부들이 불확실한 경기로 인해 공식적인 이별을 유보하면서 새로운 짝과의 데이트와 같이 당혹스런 상황에 직면하는 등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결혼 10년차인 테네시 내쉬빌의 랜디-로리 워드 부부는 지난 2월 이혼서류를 접수시키고 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지만 같은 집에서 살고 있다.

건축회사 매니저인 남편은 거실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2년전에 산 소파 신세를 지고 있다”고 말한다. 파트타임 웨이트레스로 일하는 아내가 이따금 밤 늦게 돌아올 때면 남편은 허리 통증을 이유로 아내를 소파로 보내고 침대를 이용하기도 한다.

비록 한 집에 있지만 더 이상 부부 감정이 없기 때문에 큰 불편은 없다는 두 사람은 “서로에게 친절히 대하고 불편을 주려 하지 않는다. 친구처럼 우정을 나누고 있다”고 말한다.

이혼재정분석회사인 결혼밥률아카데미(AAML)의 개리 니켈슨 회장은 “요즘 이혼부부들이 잘 하는 얘기가 바로 ‘지난 10년을 살았는데 몇 년 더 못살게 뭐냐’고 말하는 것”이라며 달라진 세태를 전했다.

AAML의 회원 16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최근 6개월간의 이혼 케이스는 40%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가 이혼을 줄이는지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주요 도시에서는 2007년말을 깃점으로 이혼신청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권에서는 2009년 1분기 9349 쌍이 이혼을 신청, 2007년 같은 기간 1만848 쌍보다 14% 감소했다. 로스앤젤레스 권에서는 9048 쌍으로 지난해보다는 3%, 2007년보다는 9% 하락한 것으로 각각 나타났다.

노스캐롤라이나 웨이크 포레스트의 이혼관련상담기관 ‘처치 이니셔티브’의 스티브 그림슨 회장은 이혼을 연기하는 부부들이 재결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재정상담가인 보니 휴스(51) 씨는 2007년 2월 이혼했지만 이듬해 5월까지 테네시 차타누가의 집에서 전 남편과 함께 살았다.

그후에 그녀가 이사했지만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살던 집이 팔리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결국 2008년 8월 32만 4000달러에 처분할 수 있었다. 4년전 샀던 가격보다 10만 달러나 밑진 금액이었다.

앞서 소개한 앨러배마의 브루스터 부부는 지난 3월 16년간의 결혼생활을 청산했지만 역시 주택 경기 침체로 처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집의 1층과 2층을 아내가 아이들이 쓰고 있다. 강아지와 다람쥐, 모르모트, 토끼 두 마리, 애완용 쥐 두 마리, 고양이 다섯 마리, 도마뱀 다섯 마리 등 애완동물들도 마찬가지다.

그녀의 남편은 전에 가족들이 오락실로 쓴 지하실의 패밀리룸을 쓰고 있다. 전에 있던 당구대를 치우고 에어 매트리스를 깔았다. 주방이 없는게 흠이지만 별도의 출입구가 있고 욕실도 있다.

이들 부부는 세탁기를 각자 시간을 정해 나눠 쓰기로 합의했다. 아내는 “가끔 남편이 쓰레기를 밖에 내놓으면 주로 냉장식품을 데워 먹더라. 필요하면 올라와서 내가 만든 음식을 먹으라고 말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각자 데이트하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주기도 한다. 아내는 남편의 사진을 찍어 데이팅 웹사이트 ‘매치닷컴’에 올려주기도 했다. 이따금 토요일 밤에는 베이비시터에 아이들을 맡기고 함께 외출하기도 한다.

이들의 사는 방식은 새로운 짝을 구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 아내는 “남들이 보면 당혹스러워 하겠지만 경제 형편이 좋아지지 않는 한 그냥 나갈 수는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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