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정의
사랑과 정의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7.13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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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이길두 신부<청주교구 교정사목>
   그리스도교에는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들이 많이 있습니다. (예겸손, 지혜, 사랑, 평화, 정의, 온유) 등 이 밖에도 많이 있습니다만 이 가치들 중에서 함께하면 왠지 어색하고 둘이 양립하기가 힘들어 보이는 것이 두 개가 있습니다. 겸손과 온유, 지혜와 평화 잘 어울릴 수가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정의와 사랑은 잘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사랑을 강조하다 보면 정의가 죽고 정의를 강조하다 보면 사랑이 설 자리를 잃어버립니다. 사랑과 정의는 인간의 삶을 영위 하는 데에 있어 많은 유익을 주지만 이 둘이 조화롭지 못할 때 그 부작용이 일어나게 됩니다.

요즈음의 아이들을 보면 버릇없는 아이들이 꽤 많습니다. 아이들의 성향이 난폭하고 잘 참지를 못합니다. 하고 싶은 것은 다 해야 직성이 풀립니다. 물론 사회의 잘못된 부분의 영향도 없잖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부모들의 가정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자식이 어떤 잘못을 해도 눈감아 주고 해달라는 것은 다해주고 이제는 자식이 부모에게 매이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자식에게 끌려가는 주객이 전도가 되었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내 자식이니까 잘못을 해도 그냥 덮어주고 넘어가게 됩니다. 몇해 전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유흥비를 마련키 위해 친부모 살해 사건)을 낳게 한 것입니다. 이것이 사랑이라는 이름의 함정입니다. 옳고 그름의 정의가 빠진 비정상적인 사랑의 모습이죠.

또 어떤 아이들은 자기주장만 고집하고 남의 것을 소중하게 여기거나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조금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네 것 내 것이 확실합니다. 이것은 바로 사랑이 빠진 정의의 모습이죠. 집에 맞고 들어온 아들이 있습니다. 화가 나죠. 그래서 부모는 아들에게 얘기합니다. "바보같이 맞고 오냐 너도 한 대 때리고 오지!" 오직 이것이 정의라고 배워온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많은 부정과 부패를 가져오는 것입니다.

이것이 잘못된 사랑과 정의가 낳은 병폐인 것이지요. 사랑과 정의는 다른 것이 아닙니다. 마치 새의 양쪽 날개와도 같아서 서로가 반대 되거나 대치되는 것이 아니라 수평을 유지하여 함께 조화를 이루어 나아갈 때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일치하여 목적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가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쪽을 소홀히 할 때 어긋나게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보복하지 말고 오른 뺨을 치거든 왼쪽마저 돌려대고 속옷을 가지려고 하거든 겉옷까지도 내어 주라고, 요구하는 것 이상으로 해주라고 말씀하십니다. 흑백논리의 그렇다 - 아니다 라는 경직된 정의를 뛰어넘어 원수를 사랑하라고까지 말씀하십니다. 앙갚음하지 말라는 말씀도 지키기 어려운데 크고 작은 일에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보상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이 말씀을 지키기에는 참으로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원수를 사랑할 수 없고 박해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것이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자기한테 잘하는 사람에게는 사랑을 줄 수 있지만 원수는 미워할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지사처럼 되어있다고 봅니다. 원수사랑은 성인들의 몫이고, 생활고와 현실의 이해에 매여 있는 보통사람들의 삶 속에는 그저 하나의 희망사항일 뿐이라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키기가 어렵다고 살짝 외면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세상 안에서 우리들의 사랑하는 모습은 대부분 조건적인 사랑입니다. 즉 ~ 때문에 사랑을 합니다. 네가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너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나도 너를 사랑한다는, 보답을 바라는 사랑을 하죠. 자로 재고 사랑을 확인하려하는, 사랑을 흥정하는 미성숙한 사랑을 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사랑은 차별과 구별이 없는 무조건적인 사랑입니다. ~ 함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하십니다.

원수를 만드는 것은 자신이 받은 상처와 피해를 생각함에서 오는 것이고 미움과 저주는 그 피해를 되갚고자 하는 마음에서 생기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욕심이 많고 내 것이 많으면 원수가 많아지게 마련이고, 상처가 많고 피해의식이 클수록 미움이 쌓이는 것입니다. 못난 것을 덮어주면 상대는 마음속으로 두 배로 부끄러워 합니다. 그러나 못난 것을 들추어내면 상대는 부끄러워 할 줄을 모르게 됩니다. 어떤 이유로든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이 자리할 수가 없습니다. 사랑은 정의를 통해서 굳세어지고 정의는 사랑을 통해서 더욱더 빛이 나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사랑은 정의를 포용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은 사랑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사랑하는 모습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모두 하느님의 사랑안에 머무는 신앙인답게 사랑에 반대되는 모든 것을 사랑으로 싸워나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사랑의 눈과 사랑의 입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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