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가려는 청원군-대학원 가려는 청주시
대학 가려는 청원군-대학원 가려는 청주시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7.0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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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박병순 <청원사랑포럼 홍보위원장>
   이웃집에 사는 대학생 친척 형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원에 가고 싶어도 못 가고 있지만 무슨 수를 써서든 대학원에 가고 싶어 한다.

어느날 대학 입학 준비로 분주한 나를 찾아와 "형이 대학원에 가야 하니 너는 대학에 갈 생각 꿈도 꾸지 말고 너희 집에서 마련해 놓은 등록금은 내가 대학원 들어가는 데 쓰도록 하겠다.

그리고 내가 성공하면 너희 집도 도와줄 테니 이참에 담장도 허물고 살림도 합쳐 알뜰하게 살아보자"며 엄포를 놓고 내가 대학 포기하고 살림까지 합칠 거라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닌다.

이유인즉 나는 대학생 얼굴로는 적합하지 않고 할아버지에 할아버지 시절에는 한집에서 살았으니 다시 한집 살림으로 합쳐야 하고, 내가 대학을 포기하는 학자금으로 형이 대학원에 가는 건 당연하다는 것이다.

드라마에서나 나올 듯한 얘기이다.

하지만 대학에 가려는 청원군과 대학원에 가고 싶어 하는 청주시 사이에 벌어진 현실 속 이야기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청주발 청주-청원 통합논쟁으로 청원군은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 예산·행정적 낭비는 둘째로 하고 청원군민 간 갈등과 반목, 청주시와 마찰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소중한 가치가 상실되고 있다.

청주시가 범한 오류의 근원은 할아버지 시절에는 하나로 살았으니 일단 청주와 청원을 '하나'라고 마음대로 전제하고 마치 통합이 된 것처럼 무례하게 행동하는 데 있다.

국가 간 협약이든 개인 간 계약이든 신용과 믿음이 최우선인데 협상 상대방을 무시하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으니 청원군민들의 반발만 커지는 것이다. 우선 청주와 청원이 '하나'가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 생활권이 같아 하나라고 주장하지만 60여년을 분리된 행정구역에서 살아왔고 청원군민 대부분 삶의 터전은 청원에 있고 청주와 다른 농촌 정서로 뭉쳐져 있다.

또한 청주시에서 시민단체, 언론을 앞세워 몰아붙이는 통합광고를 중단하고 통합관련 시민단체는 해산해야 한다. 통합 광고로 청원군 주민들 마음이 변할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이 아니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청주시에 청원군 자존심이 짓밟히고 시민단체가 나서므로 양 지역 주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청원군민은 지난 2005년 청주-청원 주민투표와 과거 통합된 지역 현장체험으로 통합에 관한 많은 것을 학습했기에 통합 후 예상되는 피해를 매우 잘 알고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올봄까지 통합된 지역을 견학한 주민이 10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분들이 보고, 들은 얘기의 결론은 통합되면 과거 청원군이었다가 청주시로 편입된 지역에 쓰레기 소각장, 화장장 등 혐오시설이나 기피시설이 설치된 것처럼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두번째 청주시에서 범한 오류는 청원군의 생김새가 기형적이라 시 승격이 될 수 없다고 예단하고 시 승격이 무슨 범죄라도 되듯이 비하하는 데 있다. 얼굴 생김새를 이유로 대학에 입학할 수 없다는 이야기처럼 생김새 때문에 시가 될 수 없다는 생각 자체가 기형적 발상이다.

주민 몇 사람이 찬성 깃발을 달고 주민 몇 사람을 선동해 공청회를 개최하고 앵무새 같은 광고를 되풀이한다고 해서 통합이되지도 않을 뿐더러 설령 된다 하더라도 감당하기 어려운 갈등에 봉착하게 된다는 것은 과거 통합된 지역에서 잘 말해주고 있다.

청원군민의 이해가 없고 청원을 비방하는 광고와 시민단체의 활동이 지속될수록 청원군에서 통합반대 열기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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