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방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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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6.0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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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이길두 <청주교구 교정사목>
   맹방수방(孟方水方) "그릇이 모가 나면 그 속에 담긴 물도 모가 난다"는 고사성어다. 임금이 그릇이라면 백성은 그 속에 담긴 물이다. 임금이 모가 나면 백성도 모가 나고 임금이 둥글면 백성도 둥글다는 뜻일 게다. 마음이 그릇이라면 생각과 행동은 그 속에 담긴 것들이다. 마음이 모가 나면 생각도 모가 나고, 행동도 모가 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추모하면서 문득 가져본 생각이다. "역사는 또 어쩔 수 없이 필연적으로 누군가의 희생을 통하여 일어서야 하는가"를 또다시 가슴속에서 확인하는 작금의 시대가 개탄스러울 뿐이다.

현 정권의 잘잘못을 셈하고자 하는 것은 이미 진부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나는 다만 우리들의 민주의식과 도덕적 신념, 의지의 분발(奮發)력이 부족한 것에 대해 잠시 성찰하고자 한다.

예수께서 죽음을 앞두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의 일이다. 군중들은 환호했다. 로마의 압제에서, 부패한 지도층에게서 해방을 안겨줄 그리스도가 오셨다고, 메시아가 오셨다고, 기뻐하며 자기들의 겉옷을 깔아 오시는 주님을 떠받들고,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호산나", "호산나"를 외쳐댔다. 그러나 예수님은 임금이 타는 화려한 말이 아니라 초라한 새끼나귀를 타고 겸손된 자의 모습으로 예루살렘에 입성했다. 환호했던 이들은 정작 사형선고를 받을 전후에는 오히려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악을 쓴 사람들이었다. 야누스의 얼굴들이었다. 우중(愚衆)은 대중(大衆)이라고 했던가! 군중(群衆)은 우중(愚衆)이라고 했던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켜드리지 못했다는 데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한다. 그러나 한 가지 기억할 일이 있다. 이번 일이 반복되는 역사의 일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예수님시대 군중들의 행태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있을 때 잘하지 못하고 없을 때 잘하는 것은 너무 작은 사랑의 모습이라서 그렇다. 그리워하며, 슬퍼하며, 동정하는 것에서 나아가 그분이 살아계실 때에 추구하고자 했던 동서의 화합, 지역이기주의 극복, 민주 정의 실현의 숭고한 뜻을 새기며, 유지를 받들어 실천으로 행함이 드러나는 것이 진정 고인의 뜻이 아닐까 생각한다

"만일 천국이 여기 지상에서 지옥만을 체험한(가난한)이들의 것이 아니라면 나는 도덕적으로 선한 사람들의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 그 하느님은 심장이 없는 하느님일 것이다." 라고 말한 레오나르도 보프의 말이 가슴을 울린다.

복수는 이겼다가 지는 게임이다. 용서는 졌다가 이기는 자유가 아닐까 미워하지도 원망하지도 말라는 고인의 뜻은 복수가 아니라 용서라는 사랑의 시작을 알린 것이 아닐까 싶다.

고인의 죽음이 맹방(孟方) 그릇의 모를 친 것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정의를 넘어 사랑으로 나아가야 한다.

고 노무현 유스토가 하느님 나라에서 평화의 안식을 얻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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