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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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5.18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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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백영기목사<쌍샘자연교회>
백영기 목사 <쌍샘자연교회>

사람들은 소위 '사'자 붙은 사람들, 그러니까 의사(醫師), 판사(判事), 약사(藥師), 교사(敎師) 등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선호하고 그게 최고라고 한다. 그런 이름표를 붙이며 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얼마 전 라디오 방송에서 어떤 분이 말하길 성공하려면 3개의 '사'자와 친해져야 하는데 그것은 '감사, 인사, 봉사' 라고 말을 해 크게 공감했다.

정말 성공하고 싶고 행복한 인생을 살고 싶으면 감사, 인사, 봉사와 가까워지고 친해지면 된다. 직업을 떠나 삶의 자세가 이렇게만 된다면 이미 그 인생은 수준이 있는 고급인생을 사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왜 우리 사회는 여전히 '사'자 하면 떠오르는 선입견이 있고, 사람들은 그걸 얻으려고 목을 매는 걸까. 아마도 돈벌이가 좋고 사회적인 위치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일류도 좋고 엘리트 물론 필요하다. 문제는 그들이 자기와 다르게 살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얼마나 인정하고 그 가치를 인정하느냐 하는 것이다.

세상에 '사'자 들어간 말이 그것밖에 없나 싶어 생각해 보니 장사, 농사, 기사 등 좋은 말이 얼마든지 있다. 농사(農事)는 천한 일인가, 의사만 생명을 살리고 사람의 목숨을 지키는 것인가, 의사는 아픈 사람만 고치고 일이 생긴 다음에 손을 보지만, 농사는 살아 있는 동안 평생 목숨을 지키고 생명을 보듬는 일을 하지 않는가.

세상에 먹지 않고 사는 사람이 있는가, 먹을거리를 생산해 내는 농민들의 농사는 세상의 그 어떤 일보다 거룩하고 소중하다. 오늘날처럼 먹을거리가 문제되어 먹는 게 병을 일으키고 또한 수입 농산물로 먹을거리가 위협받고 있는 때는 더욱 그렇다.

장사는 어떤가. 이윤을 추구한다는 것 때문인지, 막일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장사치'라는 비하하는 말도 있다. 세상의 사람들이 모두 한 가지 일만 할 수는 없는 것이고, 오늘날처럼 다양한 일과 물건이 만들어지는 세상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어찌 이롭고 편하게 살 수 있는가 필요를 따라 사람과 자리를 오가며 장사하는 사람들 역시 없어서는 안 될 아주 귀한 일이며 소금과 같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기사(技士)도 있다. 일정한 손재주 또는 기술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여기에도 또 고급기술을 가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고, 인기가 좋은 기술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 하지만 무엇이 됐든 이런 재주를 가지고 삶의 자리에서 그 역할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아름답고 훌륭한 것이다.

그러니까 세상에 '사'자 붙은 일을 하는 사람은 수없이 많고 꼭 그런 이름을 달고 살지 않아도 자기가 맡은 일을 하는 모든 사람은 고상하고 귀하다. 함께 사는 세상에서 어느 쪽을 편애하고 지나치게 갈라놓는 것은 좋지 않다. 돈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일들, 겉만 보고 사람을 대하는 일들은 이제 버려야 한다. 길거리를 청소하는 분들이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일인가, 산나물을 뜯어다 장터 한 구석에서 팔고 있는 할머니는 또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성경에,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다'(디모데전서 4장4절)라는 말씀이 있다. 필요가 없다거나 천하다는 말은 쓰지 말아야 한다. 모두가 인정을 받고 가치를 느끼며 살 수 있는 세상을 사는 게 좋은 세상이고 우리가 꿈꾸는 하나님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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