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진정성을 찾는 계기이기도
여행은 진정성을 찾는 계기이기도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5.1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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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박계주<연세대학교 4학년>
   여행, 참으로 가슴 설레는 이름이다. 어린 시절은 부모님을 따라서 학창시절은 수학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다녔던 아련한 추억이 있다. 어떤 형태든 여행은 가슴 설레게 하는 그 무엇이 있다.

특히 출발 전 준비기간에는 더욱 그렇다. 얼마 전 이런 저런 여행의 추억을 회상하면서 중국을 다녀왔다. 지도교수 및 동료학생들과 함께 사전 준비한 현장답사 성격의 여행이었다.

다녀온 곳은 중국 서남부의 원난성이었다. 이곳은 26개 소수민족이 살고 있는 지방 도시였다.

원난성의 성도인 쿤밍, 옛 대리국의 후예가 남아 있는 따리, 춤추는 도시 리장까지 옛 차마고도(茶馬古道)의 발자취를 중심으로 고산지대를 따라 올랐다. 다양한 민족들의 모습을 눈으로 마음으로 카메라로 담으며 말이다. 처음에는 남루한 전통 의상과 조악한 장식품으로, 인정이 넘치는 까맣고 맑은 눈동자로 기억되었다.

그러나 둘째 날에 리장(麗江)에서 본 장이모(張藝謀)감독의 야심작 '인샹리장(印象麗江)'은 말 그대로 인상적이었다. 옥룡설산을 배경으로 하는 해발 3,100m의 야외공연장에서 소수민족 500여명을 기용해 '민족의 원시성'에 맞추어 춤과 음악으로 재구성한 대형 뮤지컬이었다.

무대 뒤에 펼쳐진 웅장한 옥룡설산과 맑은 햇살 말고는 별다른 무대장치가 없었으나, 음향만큼은 가슴을 파고들 만큼 훌륭했다. 소리와 동작, 음악만으로도 무대와 관객 간에는 묘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들의 몸짓은 격동적이었고 음악은 아름답다 못해 애절했다. 사람의 영혼을 담은 예술은 언어만으로 전달되는 것이 아님을 실감하게 했다.

또한 여타 관광지에서처럼 초라하게 상품화된 위축된 소수민족의 전통공연과도 차원이 달랐다. 즉 이들이 가진 소수민족의 전통적 원시성을 예술이라는 극약처방으로 아름답게 승화시켰다는 얘기다.

이곳의 소수민족들은 분명 중원의 한족들에 비해 경제적, 사회적으로 열악함에도 우리에게 커다란 감동을 주었다. 특히 공연 도입부에서 '나는 하니족이다(我是哈尼族!), 나는 이족이다(我是族!), 나는 백족이다(我是白族)'라고 외치며, 자신의 정체성을 소개하는 모습이 그랬다.

그리고 그들의 눈빛은 진지했고 간절했다. '난 나의 민족성을 사랑하며, 우리 민족은 아직 건재하다'며 절규하는 모습이 그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을 동경한다. 아마도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무뎌지는 자존감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자신도 그렇다는 얘기일 수 있다. 이런 우리들에게 '인샹리장'은 무언의 토닥거림과 용기를 선사하기에 충분했다. '나의 눈빛을 보라. 당신은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근사하다' 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표현하는 배우들의 간절한 모습은 더욱 그러했다.

이제는 지식정보화시대를 넘어 창의성과 감성의 시대라고도 한다. 현장에서 본 '인샹리장'은 이 말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그만큼 창의적이고 감동적이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감탄만 할 때는 아닌 듯싶다. 우리도 해야 한다. 민족의 유산을 찾아 창의적인 예술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자존감을 찾을 수 있도록 '인샹리장'보다 더욱 감동적으로 말이다. 설레는 가슴을 안고 출발한 이번 여행은 문화의 소중함을 느끼고 자아의 진정성을 찾는 좋은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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