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노동행정
거꾸로 가는 노동행정
  • 안정환 기자
  • 승인 2009.05.11 2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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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안정환 경제부 차장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11일 청주를 방문했다. 노동부 장관의 청주 방문은 이례적인 일로 직원들조차 언제 왔었는지 기억 못할 정도의 사건 아닌 사건이다. 이 장관의 일정은 대전지방노동청 청주지청과 청주종합고용지원센터 방문에 이어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고통 분담에 동참한 바 있는 청주산단내 매그나칩반도체 생산현장 시찰 및 노사대표와의 간담회 순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기업애로와 현장 목소리 청취를 위한 이 장관의 이날 방문에 민원인과 언론은 들러리에 불과했다.

대전지방노동청 청주지청 업무보고를 듣기 위해 한참을 기다린 기자들에게 돌아온 답변은 "업무보고에 들어갈 수 없다. 업무보고 자료도 민감한 부분이 포함돼 있어 줄 수 없다"는 내용뿐이었다. 부르지도 않았는데 왜 와서 귀찮게 하느냐는 투의 한 고위 공무원의 답변에는 예전부터 문턱이 한없이 높기로 유명했던 노동관련 기관의 위상을 새롭게 실감하면서 노동행정이 시대를 거스르는 것 아니냐는 생각마저 들었다. 고용불안과 실직 고통에서 시달리고 있는 수많은 사업체와 실직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정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해도 시원찮은 판에 얼마나 대단하고 민감한 내용이기에 기자들의 출입을 막고 자료제공마저 거부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루에도 수백명이 찾는 고용지원센터에서도 민원인과의 대화는커녕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했다. 이날 청주방문의 목적이었던 매그나칩반도체에서도 이 장관은 회사측 관계자들과의 티타임과 생산현장 시찰에는 시간을 할애했지만 정작 노사대표와의 간담회 자리는 일정을 핑계로 20여분만에 서둘러 끝냈다. 결국 오랜만에 청주를 찾은 노동부 장관의 이번 방문이 형식적으로 끝난 것이다. 지역을 방문한 중앙부처 장관으로부터 대단한 선물()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이 장관의 이날 방문일정과 노동부의 태도에는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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