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생각이 어른의 생각은 아니다
어린이의 생각이 어른의 생각은 아니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9.05.05 20: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
김금란 교육문화부 차장
어린이날인 5일 도내 곳곳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지역 자치단체별로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체험행사 개최로 행사장은 가족단위의 주민들로 북적거렸다.

다양한 행사 속에 빠지지 않고 치러지는 게 있으니 바로 그림그리기 대회다. 대회의 취지는 물론 어린이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도화지에 얼마나 잘 담아냈느냐를 엿보기 위함이다.

그러나 행사장의 모습은 취지와는 다르게 어른들의 실력을 평가하는 대회처럼 많은 부모의 손놀림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자식을 좀 더 놀게 할 요량으로 색연필을 잡은 부모도 있을 테고, 누구누구의 이름이 붙은 상장이 주어지는 만큼 상에 대한 욕심이 개입될 수도 있다. 자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들여다 보고 꿰차고 있어야 하는 일명 헬리콥터 부모들의 활약은 어린이날에도 어김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최근 한 케이블방송에서는 9살 딸을 재벌가 며느리로 만들기 위해 '재벌가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는 한 주부가 출연했다. 새벽 5시부터 밤12시까지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9살짜리 자녀의 목표는 오로지 재벌가로 시집 보내는 것.

"재벌가 며느리가 되면 무엇이 좋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여자 어린이는 "구준표처럼 좋은 집과 좋은 차가 생기잖아요"라는 답을 내놨다. 신분상승을 통해 사회적 기득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는 어른의 생각과 달리 어린이의 눈에 비친 재벌은 드라마 속 주인공이 살고 있는 집과 차만 있으면 되는 것이었다. 질문한 진행자도 방청객도 함께 웃는 상황이 벌어졌다. 몸은 어린이인데 생각과 행동은 어른의 생각을 앵무새처럼 따라해야 하는 현실을 보여준 것 같아 씁쓸하다. 어른의 판단에 의해 목표가 정해지고, 그 목표를 향해 삶을 살아야 하는 어린이는 과연 행복할까.

어른의 잣대보다는 어린이의 생각이 주인공이길 바라는 하루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