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성기노출 뭐가 어때서…
영화속 성기노출 뭐가 어때서…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5.05 16: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탈리아의 거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가 메가폰을 잡은 '몽상가들'(2003). 이 작품은 지난 2004년 미국 개봉 당시 엄청난 화제를 남겼다. 표현의 '수위' 탓이다. 주연 배우의 성기 노출 장면이 담긴 이 작품은 결국 미국에서 NC-17(17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NC-17등급은 미국에서도 흔치 않는 등급이다. 흥행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NC-17등급의 재등장이 지난 1998년 이후 6년 만이었다는 점만 봐도 이 영화에 대한 논란을 그대로 보여준다. 국내에서는 2005년 무삭제로 상영됐다.

올해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에서도 어김 없이 남자 주인공의 성기가 등장했다. 15세 소년과 30대 여성의 정사신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와 함께 성기 노출 장면은 호사가들의 구미를 당기게 했다.

특히 '더 리더'의 국내 개봉이 다가오면서 거침없는 '살색 영화'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왓치맨', '블랙 아이스'에서도 남자 배우의 성기가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내 정서에 어긋난다는 지적과 함께 표현의 자유를 반기는 목소리가 공존했다.

이러한 논란의 정점을 찍은 것은 최근 개봉한 '박쥐'다. 박찬욱 감독과 배우 송강호의 조합으로도 관심을 끈 이 작품은 공교롭게 성기 노출 장면이 더 화제가 됐다. 송강호 스스로 "꼭 필요한 장면이었다"고 밝혔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엇갈린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관객들을 놀라게 했던 건 외국 배우가 아닌 국내 배우, 그것도 송강호라는 유명 배우의 벗은 몸이었다. 국내 유명 배우의 성기 노출로 그동안 국내 영화계에서 거의 '금기시'됐던 부분이 허물어졌다는 분석도 있었다.

사실 그동안 국내 영화계에서 성기 노출을 둘러싼 담론은 오래된 숙제와도 같았다. 상대적으로 성기 노출에 관대한 유럽 영화들이 쏟아져 들어왔지만 성기 노출에 대한 명확한 잣대를 규정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특히 '제한상영가'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보다 높은 '제한상영가'는 사실상 상영 불가와 같은 의미를 지닌다. 제한상영가를 받더라도 제한된 상영관에서도 개봉을 할 수 있지만, 국내에 제한상영관이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출이 문제가 되는 영화들은 일부 장면을 삭제하거나 보정 작업을 거쳐 심의를 통과해왔다. 지난 1999년 개봉된 '둘 하나 섹스'가 그랬고, 2002년작 '죽어도 좋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 사이 성기가 노출된 유럽 영화는 국내에 간간이 개봉됐다. 고무줄 등급이라는 논란이 인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일대 사건이 터졌다. 지난해 8월 멕시코와 독일, 프랑스 합작 영화인 '천국의 전쟁'의 영화 등급 판정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헌재가 지난 2005년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에 의해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던 '천국의 전쟁'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후 재중동포 출신의 장률 감독의 '중경'이 성기 노출 장면에도 불구하고 제한상영가가 아닌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는 등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그리고 올해 개봉된 외화 '더 리더', '왓치맨', '블랙 아이스' 등이 성기 노출 장면에도 불구하고 잇따라 국내에서 개봉됐다. 음란영화 누명을 쓰기도 했던 '숏버스'도 최근 제한상영가에서 풀렸다.

유종석 영등위 부장은 "최근 성기 노출 영화가 많이 상영되는 것은 지난해 헌재와 판결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며 "등급을 판정할 때는 장면 하나만 보지 않고 그 작품에 필요한 장면인지 자연스러운 장면인지 등을 보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분명한 사실은 이제 더 이상 배우들의 성기 노출이 관객들에게 '깜짝 놀랄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성에 개방적인 미국 영화계에서조차 성기 노출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