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도 아름답다
작은 것도 아름답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3.16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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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법안 스님 <논산 안심정사>

오랜만에 고향집에 들렀더니 양지녁엔 어느새 수선화가 노랗게 그리고 아주 아름답게 피어서 봄임을 자랑하고 있었다. 아직 추운 날씨가 반복되는 데도 말이다.

오늘도 역시 지구촌 여기저기에서 크고 작은 많은 문제들이 하루에도 수많은 건수로 발생한다. 총체적인 위기라고 말한다. 우리가 편리를 추구한 만큼의 대가도 치르고 살아야 하는 것이 이치 아니겠는가 그 가운데 가장 고통스러운 부분은 글로벌 경제위기라고 표현되는 경제의 침체로부터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다. 그 현상이 왜 생겼는지까지는 생각하지 않더라도 모두가 고통을 나누어 가진 것임에는 확실하다.

20년 전이었다. 지금의 내가 머무는 절은 허름한 기와삼간집이었다. 마당에는 지렁이가 아직 많았고, 각종 벌레들의 천국이었다. 방치되어온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내가 살게 되면서 무심코 세탁기를 한 번 사용한 것이 마당의 도랑에서 지렁이가 없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때에야 중성세제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우리에게 편리를 제공하는 많은 발명품들이 환경을 파괴하고, 그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인간들의 마음에도 타성에 젖어 우선 육체적인 편함에 길들이다 보니 이후에 발생할 많은 문제는 그냥 덮어버리거나 무시하여 크나큰 대가를 지불해야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 오늘날의 자연재해인 생태계 파괴, 이상기온이나 지구의 온난화 현상이 아니겠는가

인간은 한번 육체적, 심리적으로 맛본 편리함이나 안락함을 잊지 않는 버릇이 있다고 한다. 즉 그 누렸던 환경보다 열악하다면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미 육체적 편리함에서는 천상락을 누리고 있는 우리 세대들이 앞으로 지구의 환경을 쾌적하게 누리기 위하여 지불해야할 비용은 현재는 누구도 계산이 안 될 것이 틀림없다.

우리 인류는 오랜 세월 굶주림에 허덕이면서 살았다. 지금도 지구촌의 대부분의 인간은 굶주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 역사 전반을 통해서 지금처럼 풍요로움을 느끼면서 산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음식부분에서는 그렇다. 얼마 전까지 한 해에 음식 쓰레기가 10조원을 넘는다고 매스컴에 회자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요즘은 어떤지 통계 발표가 안 나오니 잘은 모르겠지만.

지금의 상업자본주의 체제는 인류에게 많은 자유로움과 풍요로움을 제공한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그 상업자본주의가 완성된 체제도 아니고, 인류와 지구촌에 가장 좋은 체제는 더욱 아닐 것이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표현되는 이 상업자본주의도 이제는 개선되어야 할 시기가 온 것은 아닐까

육체적 편리함은 물론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불필요한 자원의 낭비, 서비스의 낭비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불필요한 자원낭비를 불러들이고, 그 자원의 불필요한 낭비는 결국 모든 지구촌 이들의 공동부담으로 작용하고, 고통을 대물림하게 되는 상황이 형성된다.

거대한 계획과 정부주도의 환경보존이나 환경개선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지금이라도 모든 이들이 '작은 것의 아름다움'에 익숙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직접 실천할 수 있는, 환경오염물질을 조금씩만이라도 덜 사용해서 쾌적한 환경을 보존하고 생태계 파괴를 늦추었으면 좋겠다.

인간의 미래는 인간 자신에게 달려있지 그 외의 다른 누구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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