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가지의 모습
다섯 가지의 모습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2.2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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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법안 스님 <논산 안심정사>

추운 겨울이 오더니 이제는 곳곳에서 봄도 멀지 않음을 느낀다.

산사의 고즈넉한 밤에는 벌써 꿩이 울어댄다. 봄이 가까이 왔음을 자연이 먼저 인간에게 알리는 소리이다. 세상이 무상하다는 사실만은 무상하지 않은 이율배반이다. 흥망성쇠를 삼라만상이 겪어간다. 모든 이들이 천년만년 살 것처럼 계획을 세우고, 고집을 부리고, 탐욕을 부린다. 그러므로 자연의 순리는 잊고 산지가 더욱 오래되어만 간다. 나와 자연의 관계에서 때로는 순응해야하고, 때로는 역행해야하는 것이 우리들의 보편적인 인생살이 아니던가

천상세계에서 살던 천신이 그 복력이 다하면 이내 그 복력이 소진되었음을 알리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특별히 다섯 가지가 나타난다고 불경에서는 말씀하시고 있다.

첫째, 아름다운 꽃으로 장식했던 모습이 시들어서 꽃의 향기대신에 썩어가는 악취를 풍기게 된다고 한다.

둘째는 천신들의 옷이 더러워진다고 한다. 그래서 천의무봉(天衣無縫)이라고 하는 아름답고 가볍고 그야말로 천상의 옷이 때가 묻게 되면서 또한 향기보다는 악취를 낸다고 한다.

셋째, 겨드랑이에서 땀이 흐르며, 넷째는 또한 영원히 젊고 아름다울 모습 같았던 몸에서도 또한 향기로움 대신 냄새가 풍기게 되며, 천상세계에 머무는 것조차 싫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이들이 내세를 원한다면 당연히 천상의 즐거움을 누리고자 함일 것이다. 그러나 그 천상에도 이런 윤회는 지속된다고 한다.

이런 천상세계의 다섯 가지 말기현상을 오쇠(五衰)의 상이라고 한다. 우리 육신도 마찬가지 아니던가 젊고 튼튼하고 천년만년 청춘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가운데 이내 세월이 흘러버리고 회한만 남는 것이 우리 인생의 모습이 아니었던가 생각할수록 부질없는 점?이 아닐 수 없다.

이 오쇠상이 나타날 때 다른 천신들이 그 오쇠상이 나타나는 천신에게 '좋은 곳에 가서 좋은 소득을 얻고 거기서 튼튼한 발판을 갖는 것이 좋다.'고 알려준다고 한다. 천상에서 말하는 좋은 세상이란 바로 우리가 사는 인간세상이라고 한다. 인간세상이야말로 번뇌 즉 보리-번뇌가 있고, 그 번뇌를 통하여 깨달음을 추구할 수 있는 곳이며, 인간세상이야말로 좋은 소득을 얻을 수 있다고 가르치신다. 그것을 우리는 인과법을 배우고, 현실을 좋은 세계로 만들고자 노력함이 아니겠는가

악업과 욕심은 지나고 보면 부질없는 짓임을 모두가 알면서도 그 순간에 접어들면 까마득하게 잊고 무리수를 두게 된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에 이내 묻혀버리고 만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삼독(三毒)즉 세 가지 독이라고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신다.

그렇다. 틀림없이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독소이다. 그럼에도 모두가 그것에 집착하고, 그것을 좋아한다. 진정 자신을 어렵게 만들고, 결국에는 자신을 죽게 만드는 것이 독소임에도 그것을 우리는 모르고 좋아하여 추구한다.

자신을 이롭게 하는 것도 자신이요, 자신을 해치는 것도 결국은 자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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