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르포-소나무·자연석 불법반출 현장을 가다
긴급르포-소나무·자연석 불법반출 현장을 가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2.08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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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한파… 백두대간도 삼킨다
교묘한 기술 총동원 굴취 전문꾼 활개

도계는 물론 국립공원까지… 단속 시급

날이 풀리면서 희귀하고 값비싼 야생 소나무와 자연석만을 골라 불법 반출해 가는 전문꾼들이 활개치고 있어 단속이 시급하다. 반출 방법과 기술은 갈수록 교묘해지는 데다 최근 경기침체 여파로 너도나도 '돈 되는 일'이라며 뛰어들고 있어 자연환경 및 산림 훼손이 심각한 지경이다.

이들 꾼들은 특히 단속과 감시가 취약한 도계(道界) 지역은 물론 감시원들이 수시 왕래하는 국립공원지역 안까지 몰래 들어가 불법 행위를 일삼는 등 갈수록 극성을 부리고 있다.

지난 7일 오전 11시30분 충북 보은군과 괴산군, 경북 상주시 등 3개 시·군 경계가 접한 금단산(충북 괴산군 청천면 사담리) 동남쪽 자락. 경북 용화쪽서 30분가량 능선을 따라 오르자 작은 오솔길 옆으로 멋진 수형의 소나무 1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얼핏 보기에도 수령 약 80년 정도의 꽤 오래된 나무이나 크기는 불과 2m 남?構?밑둥치서 3갈래로 뻗은 줄기가 매우 기묘하게 생겨 분재용 혹은 정원수로 모두가 탐낼 만한 '물건'이었다.사진 참조>

하지만 뿌리 근처가 이미 삽 같은 예리한 도구에 의해 둥그렇게 뿌리자름 작업이 돼 있고 나뭇가지는 분재를 가꾸듯 다듬어져 있었다. 전문꾼들이 2~3년간 공들인다는 이른바 '분뜨기' 작업이 마쳐진 상태였다. 줄기를 잡고 밀쳐보니 나무 전체가 넘어갈 정도로 준비작업이 끝난 상태였다. 산 아래로 몰래 반출만 하면 상황 끝()이다.

이 보다 앞선 지난 4일 오전 11시 속리산 국립공원 지역인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군자산 서쪽사면. 중턱쯤 오르니 이미 소나무 1그루를 캐 옮긴 자국이 선명히 나 있었다. 버려진 가지상태를 보니 불과 2~3일전에 작업해 간 것으로 보였다. 조금 더 오르니 이번엔 약 200년생으로 추정되는 기괴한 수형의 소나무 고목 1그루가 가지다듬기 작업을 당한 채 서 있었다. 누군가가 후일 분을 떠 반출해 갈 요량으로 손질해 놓은 것이다.

이어 5일 오후 1시30분 속리산 국립공원지역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천장봉 기슭. 한 골짜기를 들어가니 오솔길 옆에 무언가 낙엽으로 덮어놓은 게 눈에 띄었다. 자연석이었다. 그 옆엔 얼마전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운반도구까지 숨겨져 있었다. 누군가 자연석을 채취, 반출해 가다 훗날 다시 작업하려고 숨겨놓은 것이다. 대형주름관과 굵은 철사를 이용, 관 안에 매단 다음 굴리는 방식으로 반출해 간 것으로 보아 전문꾼의 소행으로 추정된다.사진 참조>

4~7일까지 취재한 결과 이들 사례 외에도 괴산·보은군 관내의 수많은 장소서 분재·정원수용 소나무와 수석·조경용 자연석을 불법 채취해 간 현장이 수없이 발견됐다.

이처럼 한동안 뜸하던 불법 채취꾼들이 최근 들어 더욱 활개를 치는 이유는 이들 야생 소나무와 자연석이 워낙 고가로 팔려나가는 데다 이들을 전문적으로 사들이는 중간상과 업소가 꾸준히 늘고 있고 수요 역시 줄지 않기 때문이다.

또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돈 되는 것이면 무엇이든 하려는 풍조가 확산되면서 너도 나도 이 일에 뛰어들고 있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충북과 경북 도계지역의 한 주민은 "도계의 경우 단속과 감시가 소홀한 점도 이들 불법 채취꾼들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이유가 되고 있다"며 "요즘 들어서는 2~3명씩 조를 이뤄 무더기로 반출해 가는 경우까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주민은 "반출해 가는 기술과 방법이 어찌나 교묘해지고 기막힌지 크기, 무게와 상관없이 감쪽같이 빼내가고 있다"며 "자연환경 및 산림 보호차원에서 강력한 단속이 아쉽다"고 주장했다.

<사진>이미 분뜨기(점선 부분)와 가지치기 작업이 마쳐진 반출 직전의 소나무와 전문꾼들이 감춰놓은 자연석 및 운반용 도구. 채취한 자연석을 관 안의 철사에 매달아 굴리면서 운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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