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한장을 새로 받은 것처럼
종이 한장을 새로 받은 것처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1.1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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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백영기 쌍샘자연교회 담임목사

해마다 연말연시가 되면 성탄과 함께 축복과 희망의 인사를 하며 들뜬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는데 올해는 전혀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도심에 나가보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리 얘기하는 걸 보았다. 가장 큰 이유라면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겠지만 그만큼 사람들의 마음이 위축되어 있고 어둡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새해가 시작되었지만 사람에게서 희망 섞인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다.'뭐 다를 게 있느냐.' 또는 '올해는 더 힘들다고 하는데 무슨 낙이 있겠냐.'그런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무언가를 기대하거나 희망찬 모습을 볼 수가 없다. 하지만 목사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 그래도 무슨 말인가 희망 섞인 말을 해야 하지 않을까, 믿고 따르는 교우들을 생각한다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희망을 보자고 얘기하고 싶은 심정이다.

교우들에게 '새해를 맞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마치 그림 그리던 아이가 실수해서 곤란해 할 때에 종이 한 장을 새로 내 주는 것' 과 같지 않겠냐 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지난해가 아쉽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인간관계부터 시작해서 다짐하고 계획했지만 성과 없이 끝난 수많은 일들, 열심히 했다고 하지만 좋은 결과를 이루지 못한 일 등 일일이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세상에는 한 해를 기약할 수 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아니 한 해가 아니라 몇 달마저 약속할 수 없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다. 그들에게 시간이란 얼마나 소중하며 값진 것인가. 아마도 다른 그 어떤 것들보다도 시간, 즉 기회가 주어진다면 가장 행복해 하며 희망을 품고 살아갈 사람들이다.

돈도 좋고, 명예도 좋고, 건강도 좋지만 그 모든 것은 시간이 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벌어놓은 돈 쓸 시간이 없어 낙심하는 사람도 많고, 쌓아온 명예와 권력 또한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예수님의 말씀 가운데 '목숨이 천하보다 귀하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다른 그 어떤 것보다도 생명, 즉 삶(시간)이 가장 귀하다는 말이다.

새로이 한 해를 선물로 받은 우리들은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마치 어린아이가 깨끗한 종이 한 장을 다시 받고 기뻐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느 시인은 말하길 '죽음이 무서운 것은 다시는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고 했다. 맞는 말이지 않은가.

세계가 뽑은 올 해의 확실한 키워드는 '불확실'이라고 한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죽는 소리가 나오고 있고 두려움과 염려스러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그럴 것이라고 우리가 예상은 할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2009년은 아무도 살아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아직 아무도 살아보지 못한 그러니까 검증되거나 확인된 바 없는 올 한 해를 놓고 미리 겁먹고 좌절하고 포기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 물론 여러 가지 상황이나 전망을 신중하게 받아들여 실패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지만 앞서 낙심하고 두 손 들 이유는 없다는 말이다.

암 환자의 대부분은 암 세포로 죽는 것이 아니라 영양실조로 죽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암 선고를 받은 후 급격한 의욕상실과 좌절감, 그런데다가 항암치료로 인해 식욕을 잃은 환자는 거의 마지못해 먹거나 아예 먹을 의지를 내려놓게 된다. 그렇게 먹지 않는 환자는 결국 암이 아닌 영양실조로 죽어간다는 기막힌 이야기를 들었다.

새해를 맞은 우리는 지난날의 좋지 않은 기억과 실패에 사로잡혀선 안 된다. 그리고 외부에서 들려오는 온갖 부정적인 말에 내 마음을 빼앗겨서도 안 된다. 새해라는 큰 선물을 받은 사람으로 당연히 기뻐하고 행복하면 좋겠다. 어려운 때임을 생각하고 좀 더 검소하고 소박하게 삶을 계획하되 작년보다는 조금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가진다면 우리 모두는 희망을 품어도 좋지 않을까. 희망은 새로운 기회요, 그 기회의 주인은 바로 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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