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바닥… 보험부터 깨자
살림바닥… 보험부터 깨자
  • 안정환 기자
  • 승인 2009.01.12 2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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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그늘 생활고 가중 원금손실 불구 해지 급증
업계 "손실 최소화·계약 유지방안 찾아야"

"당장 필요한 생활비도 없는데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준비할 겨를이 어디 있겠습니까."

원금손실을 뻔히 알면서도 생활고 때문에 장기간 납입해 왔던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는 서민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음료수 대리점을 운영하는 P모씨(45·청주시 흥덕구 개신동)는 "경기침체에 이어 계절적 비수기까지 겹치면서 지난 11월부터 2달동안 창고 임대료를 못냈다"며 "담보가 없다는 이유로 대출마저 안 된다는 답변을 듣고 할 수 없이 생명보험을 해지해 환급금으로 임대료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이어 "노후생활을 위해 7년여 동안 종신보험을 들어온 만큼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집사람과 상의한 후 보험을 해지하게 됐다"며 "그동안 납입한 보험료는 1000만원 가까이 되는데 해지에 따른 환급금이 원금에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아쉬워 했다.

청주산단의 한 업체에 근무하는 회사원 K씨(36)도 최근 생명보험 계약을 해지했다.

K씨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지난해 9월까지만해도 보험 해지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지난해 연말부터는 잔업과 특근이 없어지면서 실수령액이 크게 줄다보니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그동안 들어왔던 보험 가운데 가입기간이 가장 짧은 보험을 해지했다"고 말했다.

만기 환급금과 노후생활을 생각하면 보험금을 계속 납입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당장 생활비마저 부족한 현재의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해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K씨의 설명이다.

금융위기에 이은 경기침체 장기화의 여파로 보험계약 해지가 늘고 있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08회계연도 상반기(4~9월) 보험계약 해지율은 13회차(보험납입 시기 기준)가 79.7%, 25회차가 67.2%로 2007회계연도에 비해 각각 1.9%P, 1.5%P 낮아졌다.

이는 1년 이내에 해지한 비율이 20.3%, 2년 이내에 해지한 비율이 32.8%에 달한다는 뜻으로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9월부터 보험계약 해지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원금손실이 불가피한 보험계약 해지보다는 리모델링을 권하고 있다.

현대해상 청주지점 관계자는 "최근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서 IMF 시절과 같이 무더기 해지하는 사례는 발생하지 않지만 해지건수 자체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보험계약을 해지할 경우 미래의 보장이 없어지고 원금손실이 불가피한 만큼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불가피하게 보험계약을 해지하더라도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보장·금액을 줄이거나 납입보험료를 감액해 보험을 유지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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