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히니강의 물싸움
로히니강의 물싸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1.05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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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법안 스님 <논산 안심정사>

석가세존이 태어나셨던 카필라국과 이웃한 코올리국은 사이가 매우 좋았다고 한다. 두 나라는 국경을 이루고 있던 로히니강을 가로막아 강물을 함께 나누어 썼다. 서로 자녀를 결혼시킬 정도로 좋은 사이였던 것 같다. 기록에 의하면 부처님의 어머니 마야부인도 코올리국 출신이라고 한다.

이렇게 형제적 우애를 자랑하던 두 나라에 어느 해 큰 가뭄이 들었다. 곡식은 시들어 갔고 식수마저 동이 날 지경이었다. 두 나라 사람들은 강으로 나가 서로 자기네 땅에 많은 물을 대려고 했다. 이 다툼은 마침내 두 나라 왕이 군대를 동원한 전쟁 일보직전까지 이르렀다.

이 무렵 부처님은 카필라의 교외 마하바나(大林) 숲에 머물고 계셨는데, 어느 제자가 이 사실을 말씀드렸다. 부처님은 급히 로히니 강가로 나갔다. 두 나라 사람들은 흥분한 채 전쟁일보 직전에 있었다. 부처님은 두 나라 왕을 불러놓고 이렇게 물었다.

"왕들이여, 당신들은 물과 사람 중에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까."

"그야 물보다는 사람이 중요하지요."

이 싸움은 다행히 부처님의 중재로 싸움을 멈추고 평화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싸움을 말려주실 부처님이 없다. 특히 사회 계층간의 갈등도, 국제간의 갈등도 모두가 그렇다.

오늘날은 그 로히니강의 '물' 대신에 '맹목적 욕망'과 '맹목적 원한'으로 마음을 채우고 그 마음은 환경에 그대로 반영되어 세상은 아비규환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우리들의 심상이 그렇게 바뀐 한에서는 환경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마음이 문제일 뿐이라고 사료된다.

새해 벽두부터 우울한 중동의 전쟁소식이 전해온다. 2천 수백 년을 지속해온 원한들은 언제나 멈출까 해답은 있으나 인간의 그릇된 욕망은 그 해답을 찾기보다는 오직 상대방의 멸망만이 내 살길이라고 생각함에 문제가 아니겠는가 글로벌 경제공황보다 훨씬 무서운 것은 인간들의 심리적 공황이라고 모든 지성인들이 말한다. 오로지 인간들의 심리적 공황을 치유함이야말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일 것이다.

"이 세상에서 원한은 원한에 의해서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원한을 버릴 때에만 사라지느니 이것은 변치 않을 영원한 진리다. 우리는 이 세상에서 언젠가 죽어야 할 존재임을 깨닫지 못하는 이가 있다. 이것을 깨달으면 온갖 싸움이 사라질 것을."(법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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