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떨어져 이혼도 어려워’
‘집값 떨어져 이혼도 어려워’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2.3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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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로 집값이 주택상환금 이하로 떨어지면서 이혼가정이 또다른 갈등을 겪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30일(현지시간) ‘집값 하락으로 갈라서기도 어려운 세상이 됐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타임스는 이날 A섹션 1면에 한 여성이 심각한 표정으로 집 앞에서 팔짱을 끼고 있는 사진을 기사와 함께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마르시 니들 씨가 지난 6월 이혼을 결정했을 때 그들 부부는 각자의 길을 걷는데 문제가 없을만큼 돈이 충분했다. 그들은 애틀랜타 근처에 100만달러 하우스가 있었고 플로리다 잭슨빌에도 집이 한 채 있었다.

그러나 주택시장이 붕괴되면서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살고 있는 집을 소유할 가치가 있는지, 대체 남편과 나눌 재산이 남았는지 궁금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 남자와 빨리 갈라서고 새로 정착해야 하는데 당장 해결책이 안 보인다”고 답답해 했다.

무디스의 이코노미닷컴에 따르면 모기지를 안고 산 주택 가운데 6채 중 한채가 빚보다 집값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전문 변호사인 게리 니켈슨씨는 “전에는 이혼부부가 집을 서로 차지하려고 싸웠는데 지금은 서로 빚이 남은 집을 안가지려고 싸운다”고 달라진 풍경을 전했다.

이 때문에 요즘 이혼문제는 더욱 복잡해졌고 비용도 더 많이 들고 있다. 니들스 씨 케이스를 맡고 있는 랜덜 케슬러 변호사는 “이런 오래된 유머가 있다. 이혼하는게 왜 비쌀까? 그것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가치가 더욱 올라간 셈”이라고 농담을 건넸다.

경기에 문제가 없었을 때 함께 집도 사고 재산을 불린 부부가 헤어지게 되면 살던 집을 팔아서 나누면 됐지만 요즘은 손해를 보고 집을 팔 수도 없고 어느 한쪽이 살 수도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의 존 고어크 부부는 이혼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도중에 주택경기가 곤두박질 쳤다.

2년전에 이들의 집 값은 230만 달러를 홋가했다. 제반 비용을 빼고도 각자 100만 달러 씩을 나눠가질 수 있었지만 지난해 집이 팔렸을 때는 60만 달러에 불과했다. 고어크 씨는 “모든게 망가졌다. 소송비용도 수천달러에 이르고 이제 아담한 집을 새로 장만하는 꿈은 사라졌다”고 힘없이 말했다.

애틀랜타의 공인이혼재정분석가인 리사 데커 씨는 “집이 안팔리는 바람에 그냥 사는 부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남편은 1층에서 살고 부인은 2층에서 사는 식으로 동거하는데 이따금 각자의 남자친구나 여자친구가 오게 되면 미묘한 상황도 발생한다”면서 ‘장미의 전쟁’같은 할리웃 영화가 아닌, 실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캘리포니아의 이혼전문 변호사 제임스 헤넨호퍼 씨는 돈을 절약하는 길은 가능한 최대한 같이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주택차압에 직면해도 대부분의 은행들은 강제퇴거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버틸 수 있다는 것. 그러면서 정부의 구제안을 받기를 희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헤넨호퍼 씨는 “이런 전략은 1차 모기지에서나 가능한 것이고 2차, 3차 모기지를 얻은 경우는 주택소유주가 집을 잃어도 은행이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클리블랜드에 사는 디디 토마스코 씨는 이혼하면서 20만 달러를 건질 수 있었다. 처음 이혼소송을 시작한 2006년 남편과 살던 집은 100만 달러였지만 지난해 이혼 시점에 80만 달러로 내려갔고 주택처분을 통한 그녀의 몫은 10만5000달러에 불과했다.

이혼부부들 중에는 집값 추락으로 득을 보는 경우도 있다. 조시 카우프만 씨는 클리블랜드에 4개의 침실과 6대의 주차공간 5.5에이커의 부지를 갖고 있는 6500스퀘어피트의 주택이 있었다. 한창 때 이 주택은 150만 달러까지 홋가했다.

지난 6월 이혼했을 때 카우프만 씨는 아내가 집을 유지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소송이 진행되면서 집값은 계속 떨어졌고 거의 반값이 됐을 때 그는 아내의 몫으로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그는 “부정적인 상황에도 기회는 있는 법이다. 이것은 감정이 아니라 비즈니스차원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가 집을 처음 장만했을 때는 최저 가격이었기때문에 집값이 하락해도 남는 장사였다.

낸시라는 이름의 한 여성은 “우리 집과 같은 선상에만 3채가 매물로 나왔다. 남편과 갈라섰지만 집값이 회복 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직 남편으로부터 경제적인 도움을 받고 있는 그녀는 “집을 팔 수가 없는 형편인만큼 남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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