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送年會)와 술 문화
송년회(送年會)와 술 문화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2.22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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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반 영 섭 <음성 수봉초 교감>

다사다난했던 2008년도 달랑 한 장의 달력만 남겨진 12월의 하순.

저녁마다 길거리가 각종모임의 송년회로 떠들썩하다. 전에는 망년회로 많이 쓰던 말을 요즘은 한 해를 보내며 새해를 잘 맞이하라는 뜻으로 송년회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당연히 송년회 모임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술로, 술은 남녀노소 누구를 막론하고 다 같이 필요한 인간관계의 윤활유가 되어 버렸다. 누구나 술을 마시게 되면 곧잘 솔직해진다. 어쩌면 그 솔직함이 좋아서 포장마차의 목로에 앉아 고기 굽는 희뿌연 연기를 어깨로 넘기며 마주 앉아 술을 마시며 한 해를 뒤돌아 보곤한다.

거기다 인생의 멋과 낭만을 함께 즐긴다. 술이란 한낱 음식이요, 배설물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한 잔의 술에 박장대소하는 술자리에서 한 나라의 흥망성쇠와 남녀간의 불같은 사랑과 이별이 그리고 개인의 출세와 영화를 누리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술은 언제나 수심(愁心)이며, 수심은 언제나 술인고로 술 마시고난 후 수심인지, 수심난 뒤 술인지 아마도 술 곧 없으면 수심 풀기 어려워라. 애주가는 정서가 가장 귀중하다.

얼큰히 취하는 사람이 최상의 술꾼이다. 술은 최고의 음식이며 최고의 문화다. 술은 비와 같다. 진흙 속에 내리면 진흙을 어지럽게 하나, 옥토에 내리면 그곳에 꽃을 피우게 한다.

어느 시인은 "술과 여자, 노래를 사랑하지 않는 자는 평생을 바보로 보낸다며 인생은 짧다. 그러나 술잔을 비울 시간은 아직도 충분하도다. 술속에 진리가 있다. 술은 그 사람의 마음을 비춰내는 거울이다. 술잔 아래는 진리의 여신이 살아 있고 기만의 여신이 숨어 있다. 술속에는 우리에게 없는 모든 것이 숨어 있다. 술은 입으로 들어오고 사랑은 눈으로 오나니 그것이 우리가 늙어 죽기 전의 진리고, 전부이니라. 나는 입에다 잔을 들고 그대 바라보며! 웃음 점⑤라! 까닭이 있어 술을 마시고 까닭이 없어 술을 마신다. 주신처럼 강열한 것이 또 있을까. 그는 환상적이며, 열광적이고, 즐겁고도 우울하다. 그는 영웅이요, 마술사이다. 그는 유혹자이며, 에로스의 형제이다. 신은 단지 물을 만들었을 뿐인데 우리 인간은 술을 만들었지 않는가 술이 없으면 낭만이 없고,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은 사리를 분별할 수 없다!"고 했다.

한 잔은 건강을 위하여, 두 잔은 쾌락을 위하여, 석 잔은 방종을 위하여, 넉 잔은 광증을 위하여. 술을 즐기며 적당히 마시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자 주선, 술을 양적으로 많이 먹고 자랑하는 자 주당, 술을 몇 잔 마시고 몸을 못 가누는 자 주졸, 술을 입에도 못 대는 자 동물원 원숭이,권주가 가사를 보면 한 잔 먹새 그려 또 한 잔 먹새 그려. 꽃을 꺾어 술잔 수를 세면서 한없이 먹세 그려 이 몸이 죽은 후에는 지게 위에 거적을 덮어 꽁꽁 졸라 묶여 무덤으로 실려 가거나, 곱게 꾸민 상여를 타고 수많은 사람들이 울며 따라가거나, 억새풀, 떡갈나무가 우거진 숲에 한 번 가기만 하면 그 누가 한 잔 먹자고 하겠는가 술이란 대개 석 잔은 훈훈하고, 다섯 잔은 기분좋고, 일곱 잔은 흡족하고 아홉 잔은 지나치므로 7잔 이상은 절대로 권하여 돌리지 아니하였다.

술은 홀수 즉 1,3,5,7로 마시되 一不 한 잔 술은 안된다. 三小 석 잔 술은 적다. 五當 다섯 잔 술은 당연하다. 七適 일곱 잔 술은 적당하다. 九士 아홉 잔을 마시면 선비가 된다. 十一仙 열한 잔을 마시면 신선이 된다. 十三神 열세 잔을 마시면 주신이 된다. 十五夢 열다섯 잔을 마시면 酒夢이 된다 하였다. 이렇듯 좋은 술이라 하나 과음을 삼가는 술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올해는 먹을거리공포, 숭례문 화재, 촛불시위, 연예인자살, 악성루머, 광우병, 경제몰락 등 유독 짜증스러운 일들이 많았다. 그러나 베이징올림픽의 환호성, 그리고 며칠전 피겨여왕 김연아의 환상적인 피겨스케이팅 모습을 떠올립시다. 어려운 이웃에게 연탄한장이라도 보내줍시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적당히 술을 기분좋게 마시며 즐거운 송년회를 갖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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