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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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2.1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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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김 상 수 <신부·청주시노인종합복지관>

겨울의 엄혹함을 보며 우리의 눈은 자연이 휴식을 취하노라 하지만, 정작 가만히 들여다보면 자연은 겨울 속에서 맹렬히 살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언 땅 속에서 생명을 품고 있는 씨앗과 뿌리들, 박테리아, 열심히 잠을 자는 곤충들과 동물들, 모두 진지하게 자신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휴식과 메마름으로 인식되던 겨울이 모든 사물의 내적성찰을 위해 어쩌면 가장 치열한 시기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을 뜨겁다거나 따뜻하다고 합니다. 물을 촉촉하다거나 냉혹하다고 합니다. 바람을 휑하거나 산뜻하다고 합니다. 어떤 것도 틀리지도 맞지도 않습니다. 상황과 사람의 심리상태와 인식의 차이에 따라 사물의 상태는 규정됩니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있기 전에는 누군가가 타인에 대한 불만을 들고 와서 분노를 쏟아내면 거기다가 열심히 도덕적, 종교적 행동을 요구하고 어설픈 훈계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설익은 행위였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화가 나있는 사람은 화를 쏟아 낼 곳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의 화를 가만히 들어주기만 해도 스스로 반은 해결합니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야 된다 하는 나의 가치판단은 당연히 유보되어야 합니다.

해가 더할수록 사람과 사물과 일에 대한 개입이 점점 줄어들어야 함을 알게 되고 모든 것이 나름의 방법으로 되어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겨울이 생명에게 더할 나위 없는 가치이듯이 그 모든 것에 훌륭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것이 하느님의 뜻임을 알게 됩니다.

근 1년간 감사하게도 종교칼럼의 소중한 지면에 글을 썼습니다. 공감대가 바탕이 된 교회 안에서 하는 이야기와 불특정다수를 향한 말의 각도와 내용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근본적인 제 관심의 중심은 사람이 사람으로서의 권위를 잃지 않고 제대로 잘 사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방법과 접근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저의 글이 많은 분들께 불편하게 읽혔다면 널리 양해를 구합니다. 한 가톨릭 사제의 이런 중얼거림도 있구나하고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매일 쏟아지는 뉴스들과 일들 속에서 내적 성찰을 하고 평화를 지키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모든 것으로 있기 위해서는 내가 모든 것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지켜봐 주는 것임을 알아가고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 모든 것이 소중한 하느님의 얼로 이루어졌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하얀 눈과 구유와 크리스마스트리로 인해 추위를 한결 기쁘게 넘길 수 있습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은 우리 인류가 언제나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았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요

일찌감치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사랑하는 여러분에게 평화를 빕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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