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당선을 보고
오바마의 당선을 보고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11.10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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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전 철 호 교무처장 <충북불교대학>

미국 역사상 최초로 흑인 출신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대통령으로 4일 당선됐다. 흑인 대통령 당선은 미국이 건국한 지 232년만이다. 아프리카 흑인들이 노예로 끌려와 이 땅을 처음 밟았던 1619년부터 시작하면 389년이나 되는 길고 긴 인고의 세월을 거쳐 일어난 역사적 대사건이다.

미국은 다민족 다문화가 공존하는 사회였지만 흑백 인종문제는 사회의 늘 골치 아픈 현안이 되어 있었다. 오바마를 선택한 미국을 보면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로 변하면서 진정으로 세계의 중심국가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열망이 표출된 듯하다. 오바마는 당선이 확정되자 갈등과 분열을 넘어 모두가 함께 하는 통합으로 미국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 나가자고 역설했다. 막판까지 혼전을 거듭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벌인 매케인 후보는 패배를 인정하면서 "오늘 미국은 잔인하고 무서운 차별을 보였던 1세기 전과는 다릅니다. 흑인 대통령의 탄생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라면서 지지자들에게 "오바마 의원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가 직면한 도전을 헤치고 이끌 수 있도록 있는 힘을 다해 그를 도울 것을 약속합니다. 여러분도 열과 성을 다해 차기 대통령을 도와야 합니다"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 주었다.

석가모니 부처님 탄생 당시에도 인도에는 극심한 신분의 차별이 있었다. 원주민이었던 드라비다족을 노예화시키고 아리안족의 우월성을 강조하면서 독특한 사회계급 제도인 카스트제도를 성립시켰다. 사제계급인 브라만, 지배계급인 크샤트리아, 평민계급인 바이쉬야, 노예계급인 슈드라로 철저히 구분하였던 것이다. 우리나라 조선시대의 양반과 상인의 차별보다 더 심하였다. 부처님은 깨달음을 얻으신 뒤 누구에게나 깨달으면 부처가 될 수 있다고 가르치면서, 부처님 아래에 10대 제자를 두는데 그중에는 노예계급인 이발사 출신인 아나율존자도 포함되었다.

만민이 평등하다는 사상은 그 당시로서는 기존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행보였던 것이다. 신분의 차별이 워낙 강고한 것이어서 인도 민중을 질곡에 몰아넣었다. 부처님은 이런 모순된 사회제도의 강력한 비판자였다.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 귀천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행위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선언했던 것이다. 그러나 2600년이 지난 지금도 인도에서는 아직도 불평등한 계급제도와 신분차별 굴레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불교에서는 인간은 누구나 부처가 될 성품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남자와 여자를 불문하고, 신분의 높고 낮음을 아랑곳하지 않고, 인종의 차별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소중하지 않은 생명체는 하나도 없는 것이며, 자연과 인간이 모두 하나이기에 살아있는 생명체를 죽이지 말라는 불살생이 계율의 맨 처음에 등장하는 것이다.

인간 평등사상에서 한 단계 나아가 모든 생명체의 존중을 강조하는 것이다. 나를 중심에 놓고 세상을 보면 전체를 보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그래서 홀로 존재하는 나가 없다는 뜻의 제법무아라는 가르침을 준 것이다. 남녀와 지역, 종교와 인종에 대한 차별은 형태는 다르지만 세계도처에서 목격되고 있었다.

이제 미국이 선택한 흑인최초 대통령이 주는 상징적인 의미에서 출발하는 통합과 화합의 정신이 우리 모두에게 전파되기를 희망해 본다. 차별심과 갈등, 너와 나라는 분별심, 흑백의 논리에서 오는 분열을 뛰어넘고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상대를 존중할 수 있다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 삶이 더욱 아름다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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