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 장연중 사태가 남긴 숙제
괴산 장연중 사태가 남긴 숙제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8.10.15 22: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수첩
"자식 농사 망치면 나라 망친다는 사실을 왜 모르나."

충북도교육청이 17일 실시되는 국감을 앞두고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성희롱으로 중징계를 받은 교장의 부임을 반대했던 괴산 장연중학교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13일 교육감 집무실 앞에서 교육청 직원들과 때아닌 몸싸움을 벌였다. 3살된 아들을 안고 온 주민부터 도교육청을 처음 와봤다는 학생들까지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올바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달라는 것.

12시간의 사투 끝에 결론이 나왔다. 이기용 교육감은 다음날 아침 밤샘 농성에 참여했던 학생들에게 "추운데서 자게 해 미안하다. 여러분들이 건넨 편지는 정성스럽게 읽어보겠다."는 말로 갈음했다.

등교 거부까지 강행하면서까지 격분해 있던 학부모들도'미안하다'는 한마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안다. 해당 교장에게서 듣고 싶었던 말이라고도 했다.

어쨌든 학부모와 학생들은 일단 고향으로 돌아갔다. 가을걷이를 마치지 못한 학부모들은 본연의 자리인 농토를 찾았을 터이다. 한 여학생은 "잘못을 인정하는 게 그리 힘든 일인가요."라는 말을 남겼다. 일각에서는 한 달 넘게 끌어오던 사태가 일단락 된 것에 대해 '국감'이 효자노릇을 했다는 말을 한다. 국감만 아니면 지속됐을 상황이라는 것.

단 하루였지만 학부모들은 농성 과정에서 도교육청 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색다른 경험을 했을 것이다. 치고 받고 소리 지르던 바깥 풍경과 달리 화장실에 들어서면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 나오기 때문이다. 드러내 놓고 자랑할 곳이 못되는 장소까지 이용자의 입장을 배려한 마음 씀씀이가 자신들에게는 왜 미치지 못했을까 하는 실망감도 느꼈을 터이다.

하여튼 며칠 앞둔 국감이 이번 사태 해결에 효자노릇을 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며칠 후 방문할 국회의원들의 눈을 의식한 '울며 겨자먹기식' 결정이 아닌 학생을 위한 최선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