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8.10.13 2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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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 숙 자 <교육문화부장>

지난 8일은 전국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일제고사가 실시됐다. '일제고사'라는 말 자체도 이상하지만 이날 벌어진 풍경은 우리의 교육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 그야말로 '이상한 풍경'이었다. 한쪽에선 시험을 거부하고 체험학습을 강행하는가 하면, 한쪽에선 당연히 평가는 이루어져야 한다며 일제고사를 거부한 해당 교사를 처벌해달라고 교육청에 요청한단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대립각을 세운 양측 모두가 학교를 사랑하고 학생을 사랑하는 단체임을 자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각은 다르지만 이들이 주장하는대로 양측 모두 학생을 사랑하고 학교를 사랑하는 것 같다. 다만 방법과 생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사랑'을 앞세워 날을 세우고 있다는게 문제다. 그것도 교육현장에서 말이다.

그렇다면 그렇게도 사랑으로 감싼 아이들은 어떤가. 선택의 여지도 없이 어른들이 빚어낸 풍경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극으로 치닫으며 혼란을 부채질하는 어른들이 어떤 모습으로 비쳐질까. 어른들이 생각하듯 '겨우 10살짜리 분별력 없는 아이'가 아니다. 이런식의 극단적인 대립각은 어떻게든 아이들에게 혼란을 가져올 것이 뻔하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는 좀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일제고사'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과연 진단인지, 성적인지 말이다.

지금껏 우리나라 교육제도는 아이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가 시험 성적이었다. 이는 결국 '보이지 않는 신분제도'로 작용하며 친구간, 이웃간, 동료간에 끊임없이 경쟁하도록 부추겨왔다.

어디 그뿐인가. 아이를 둔 부모에게는 순간 순간 폭풍처럼 지나가는 영어열풍, 논술열풍에 흔들리며 사교육을 부추겨왔다. 가만 있자니 내 아이만 뒤쳐지는 것 같고, 뭔가를 하려니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긴 시간 아이들을 경쟁을 위한 사교육장으로 내몰고 있다. 똑똑한 아이, 최고의 아이이길 부모가 사회가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에서 조사한 청소년 의식조사를 살펴보면 19세 이하 소아·청소년 중 우울증과 심한 스트레스로 진료받은 학생이 약 4만5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에 비해 약 2배 가량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심적 부담은 자살을 부추기는 등 마음을 멍들게 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단지 '시험으로 내몰 것인가 말것인가'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경쟁을 부추기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이 어느 지점에 있는가를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

지금의 교육제도는 거대한 유기체가 되어 사회 전체를 움직이는 커다란 힘이되고 있다. 그래서 한두명의 개인에 의해 무시되거나 변화할 수 있는 문제를 넘어 사회 전반의 문제로 대두되어 나타난다. 이제 교육제도를 함께 고민하고 함께 바꿔나가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늘 불투명한 모습으로 제자리를 찾지 못할 것이다. 더구나 행복해야 할 아이들에게 학교는 더 이상 즐거운 곳이 될 수 없다.

"성적이 떨어졌다고 엄마에게 매맞는 아이가 아직도 많다"는 일선교사의 이야기는 남의 말이 아니다. "그런 엄마가 싫어 죽고 싶다"는 멀쩡한 우리 아이들이 부지기수라고 하니 생때같은 목숨들이 왜 성적으로 무너지는지를 곰곰히 생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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