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시국에 정신나간 의원들
비상시국에 정신나간 의원들
  • 이재경 기자
  • 승인 2008.10.09 0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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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 재 경 부국장 <천안>

원화 환율이 치솟고 있는데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시중 은행 창구에서 외화 환전과 국외 송금 거래량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환율이 급등하면 하락할 때를 기다리며 달러의 환전이나 송금을 미루는 것이 "환테크'상으론 통례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국외로 송금돼 유출되는 달러가 자꾸 증가하고 있다. 실제 외환은행 창구에서 지난 6일 외국은행으로 송금된 외화는 3200만 달러로 하루 전보다 두배나 늘었다. 환전규모 역시 크게 늘었다. 지난 1일 1200만 달러에서 6일 2300만 달러로 급증했다. 이유는 단 하나. 환율 하락을 예상했던 사람들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추가 상승을 우려해 서둘러 환전과 송금에 나선 것이다.

8일 외환 시장의 결과는 결국 환전·송금을 서두른 사람들의 예감이 맞아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6일 1269원이던 원 달러 환율은 이틀만에 1400원에서 5원 모자란 1395원으로 급등했다. 10년 전 환란 때의 수치로 돌아선 것이다.

중국의 위안화 가치는 더 폭등했다. 연초 1위안에 130원 안팎이던 것이 지금은 200원으로 무려 70% 가까이 올랐다. 당장 중국으로 공부하러 간 유학생들에게 불똥이 떨어졌다. 학비와 생활비가 2배 가량 더 부담이 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싼 맛'으로 중국에서 공부하던 학생들 상당수가 한국에서 공부하는 게 더 낫다며 귀국을 고려중이라 한다.

위안화 가치의 폭등은 중국에서 건너와 "원화벌이'를 하고 있는 조선족 교포들에게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한국 돈 100만원을 중국으로 보내면 8000위안으로 바꿀 수 있었지만 지금은 5000위안밖에 되지 않는다. 한 조선족 교포는 '중국에서도 열심히 일하면 집에서 먹고 자며 4000위안 정도는 벌 수 있다'며 '이젠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한국에서의 경제생활이 매력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이러한 환율 폭등을 반기는 곳도 있다. 수출기업들에겐 가격 경쟁력을 갖게 해 호재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국내 경기는 전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글로벌 경제가 받쳐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건을 만들어 수출을 하려 해도 사주는 나라가 없다. 이를 반증하듯 8일 코스피지수는 1300대가 무너지며 증시가 공황상태에 빠져들었다. 1년새 개미들이 주식시장에서 허공에 날린 돈이 100조원이라고 하니 이게 보통 일인가.

최근 두 여권 국회의원의 발언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한나라당 김영선, 친박연대 양정례 의원이 고환율 극복을 위해 달러 모으기 운동을 하자고 국회에서 제안했다. 이들은 10년 전 금 모으기 운동을 연상케 하듯 '집안에서 잠자는 달러를 모으자'고 했다가 누리꾼들에게 혼이 났다. 지금의 난국을 가져온 장본인이 누군데 이제 와서 국민에게 구걸의 손길을 내미느냐는 반응들이다.

누리꾼들은 9월 위기설 때까지도 아무 걱정 말라며 2%의 부유층들을 위한 종부세 법안 통과에 매달렸던 정부·여당을 질타하며 매를 들었다. 한 인터넷 신문은 "원화 통장도 거덜나' 있는 국민에게 외화통장을 만들라는 발상이 터무니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천안에선 또 시의회가 관광성 국외연수를 추진한다고 해 말썽이다. 시의원 8명이 관광정책 자료를 수집한다는 "명분'으로 인도 관광길에 나선다는데 일정에 "코끼리 트레킹'과 "낙타 사파리'가 끼어 있다고 한다. 국회에서 고환율 시국을 극복하기 위해 외국여행 자제를 아이디어로 내놓은 상황이기에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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