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국감은 무엇인가
그들에게 국감은 무엇인가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8.10.08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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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회의원은 민심 안에서 태어나고 민심 밖에서 죽는다."

국회 임해규 의원(한나라당·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열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글귀다.

지난 4일부터 제18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행정기관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20일간의 전쟁 아닌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국감 대상 기관들은 국회의원이 요구한 자료 준비로 시쳇말로 치여죽는다. 그런 자료를 왜 요구하는지 일선에서 근무하는 직원조차 의구심을 품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다보니 국감이 끝나고 나면 매년 '국감무용론'이니 '통계자료 발표장'이니 하는 말이 단골처럼 등장하곤 했다.

국감의 본래 취지는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다. 그러나 국감 진행 상황을 보면 국회의원들이 피감기관에 대해 질문과 호통으로 일관하거나 정치 스타를 의식한 '한건주의'도 엿볼 수 있다. 여기에 재탕 삼탕의 식상한 질문은 기본이고 감사와 관계없는 자당 이기주의 발언까지 서슴없이 오간다.

최근 국감자료로 2004년부터 올해까지 4년 동안의 수학여행대상자와 불참학생수를 요구한 김모 의원 홈페이지에는 "불참학생수를 조사했으면 그 이유를 알아야 수학여행의 문제점을 알 수가 있을텐데, 단순히 불참학생수만 알아서 얻는 정보로 무슨 얘기를 하시려는지 답답하다"는 불만을 토로한 한 중학교 교사의 글이 올라와 있다. 지인인 한 학원장도 "학원수가 증가했다고 사교육비가 문제라는 식의 발상보다는 현 교육정책의 문제점부터 짚어봐야 맞는 순서 아니냐"고 털어놓았다.

오는 17일 충북도교육청과 충북대·충북대병원에 대한 국감이 실시될 예정이다. 이번 국감에서는 지난해 예산이 유용하게 쓰였는지, 내년 예산은 적정하게 편성됐는지 등을 따지는 정책 위주의 국감으로 진행되길 바란다. 국감은 국회의원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책을 살피기 위해 마련된 자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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