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주구검(刻舟求劍)과 괴산호
각주구검(刻舟求劍)과 괴산호
  • 심영선 기자
  • 승인 2008.10.06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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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심 영 선 부장 <괴산.증평>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던 중 몸에 지닌 칼을 물에 빠뜨리고 말았다. 그 모습을 바라본 뱃사공이 "지금 물속으로 들어가 찾아 볼까요"라고 다급하게 질문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우선 강을 건너고 다음에 찾자"고 대답했다. 그리고 사내는 칼을 빠뜨린 지점을 눈으로 뱃전에 표시해 두었다. 이어 배가 나루에 다다르자 사내는 배 아래 물속으로 뛰어들어 칼을 찾으려 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이는 곧 사내가 현실적인 상황을 알지 못하고 당장 눈앞에 놓여있는 하나만 고집한 결과였다. 우선 강을 건넌 후 다시 칼을 찾겠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사내의 생각은 크게 빗나갔고 결국 칼을 잃어 버리고 말았다. 이른바 각주구검(刻舟求劍). 함축하면 현실의 실상을 알지 못하고 눈앞에 보이는 것만 고집한다는 뜻이다. 이는 괴산군이 칠성면 괴산호 주변 개발사업을 추진중인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군은 괴산호 인근 옛길 복원사업과 40여에 달하는 자전거 전용도로 조성 등 앞으로 5년간 같은권역 농촌종합개발을 추진중이다. 사업비도 60여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괴산호 주변은 하늘이 인간에게 마지막 내려준 환경보고인 것으로 드러났다. 본보 달래강의 숨결 기획취재팀은 지난 2월부터 이 일대를 집중 취재했다. 결과는 실로 엄청나게 나왔다. 국가지정 천연 보호종을 비롯한 멸종위기에 놓인 희귀 동·식물 30여종이 대량 발견됐다. 관계 기관과 학계도 흥분을 자아냈다. 본보는 잇따른 기획보도(9회)에 이어 지난달 25일 각계 전문가와 지역주민을 초청해 괴산호 개발에 따른 보호방안 마련을 위한 '긴급 토론회'를 가졌다. 전문가들은 이 자리에서 우선 군의 개발 논리에 반기를 들었다. 개발에 앞서 자연생태 보호 지역 지정과 멸종위기에 놓인 희귀 동·식물 보호 방안을 우선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역이 개발되면 환경과 자연생태계 파괴는 물론 멸종위기에 놓인 동·식물들의 서식지가 순식간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개발될 경우 야생동물의 집단 이동도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개발 논리에만 잡착할 게 아니라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한 학술보고회 등을 열고 다양한 보호 대책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군이 오로지 근시안적 대안을 앞세워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갈망하면 안된다. 각주구검이 주는 교훈처럼 어리석은 행위는 군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자연을 훼손한 후에 복구하는 비용은 억만금을 주고도 충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군과 시행사 관계자들이 최근 인근 주민을 찾아가 "본보 토론회와 지적에 따라 이 지역을 개발할 수 없게 되면 (당신이)책임지고 보상할 수 있겠느냐" 고 으름장을 놓았다고 했다.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언행이다.

군은 현 상황에서 괴산호 보호와 관련한 개발방안으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도계만을 경계로 이룬 달천강과 괴산호 중간지점에 가칭 괴산호 생태체험관, 또는 자연동식물 체험관을 건설하거나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성이 있다. 이는 곧 인근 농촌지역 개발과 함께 경제적 가치를 가장 미래지향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안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결론은 천혜의 자연생태계 보고인 괴산호 주변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살림을 헤집고 다니는 자전거보다는 그 숲에 서식하며 자손만대의 보호자가 되어줄 환경과 생명의 상징 즉 하늘다람쥐와 수달, 그리고 까막 딱따구리를 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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