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마이웨이'
이명박 정부의 '마이웨이'
  • 한인섭 기자
  • 승인 2008.10.03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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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한 인 섭 정치부장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구체적인 수도권규제완화 방침을 제시하겠다고 밝히면서 온나라가 떠들썩하다. '1% 부자 정책'이라는 공격을 받고 있는 종합부동산세 논란 역시 국정감사와 맞물려 반발 기류가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동시에 꺼낸 두가지 카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극심한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게 뻔하다. 국정감사 최대 쟁점으로 부각됐고, 시민사회단체도 나섰다. 두가지 사안 모두 지방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공교롭게 한꺼번에 불거져 '지방'은 '사활'을 걸고 저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선 지방육성·후 수도권규제완화'라는 방침을 제시 했지만, 상황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대폭 손질해 '균형'이라는 개념 대신 '지방발전'이라는 덤덤한 개념을 넣어 입법예고한 것은 대통령 발언과는 다른 정책 기조를 구체화하려는 의지로 읽힐 수 밖에 없다. 소외감 차원이 아니라 부아가 치밀 일이다.

충북에서는 균형발전 기조를 유지하라는 취지의 대규모 궐기대회까지 열렸고, 자치단체, 의회, 정치권이 같은 목소리를 충분히 전달했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충북도청에서 열린 당정협의회는 서로 딴소리만 주고 받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들은 '충북이 뿔났다'는 정우택 지사의 언급에 대해 "예산과 인재등용에 있어 불이익이 없었는데 왜 그러냐"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없이는 살아도, 차별 받고는 못 산다'는 요지의 이대원 충북도의회 의장의 발언은 지역정서를 잘 대변한 것이었다. 그러나 여당 수뇌부는 토라질 대로 토라진 민심의 등을 두드려주지 못했다. 정부부처가 아닌 이상 구체적인 '선물'까지 풀어놓을 수 없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등을 다독여주는 집권당 역할은 부족했다.

2일 민주당 충북 국회의원들이 정 장관을 불러 가진 간담회 역시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수도권규제완화 중단, 중부내륙첨단산업관광벨트 추가 지정 등 현안에 대한 방침은 여전히 "적극 검토하겠다"는 신물나는 반응이었다.

과세대상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개정한 종부세 개정안 역시 지방 교부금을 대폭 줄이는 결과를 초래해 수도권규제와 맞먹을 만한 '지방 소외'이다. 서울 강남 등 '부자동네'에서 거둔 세금을 지방에 보전해줬던 교부세 지원이 줄면 지방재정은 그나마 더 궁핍해질 게 뻔하다. 충북의 경우 종부세 완화안이 확정될 경우 1240억원의 교부금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교부세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던 교육, 복지부문 사업은 대폭적인 축소가 불가피해 졌다. 이런 탓에 시민단체들이 전례없이 완화안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부자들에 대한 징벌적 과세는 곤란하다는 논리에 갖힌 이들이 귀담아 들을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지방의 시각에서 보면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는 '있는 자'에게 관대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수도권규제완화가 그렇고, 종부세 역시 마찬가지다. 광역자치단체장들이 정부를 향해 각을 세우고,'말 펀치'를 가하지 않으면, 정치적 감각이 둔한 것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전국이 이렇듯 난리인데 뭐에 홀리기라도 한듯 제갈길 가겠다는 듯한 청와대나 정부의 태도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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