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와 멜라민 공포
금융위기와 멜라민 공포
  • 남경훈 기자
  • 승인 2008.10.02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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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 경 훈 경제부장

지금 우리에게는 진작 경험하지 못한 두 가지 공포(恐怖)가 엄습해 있다.

하나는 금융시장을 패닉상태로 몰고 있는 미국 월가(街)에서 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의 공장인 중국으로부터의 멜라민 파동이다. 파괴력면에서 모두 가공할 만하다.

미 하원이 7000억달러의 금융구제법안을 부결하는 바람에 이번주 초 세계 금융시장은 패닉상태로 치달았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지난 2001년 9·11테러 때를 능가하는 사상 최대의 낙폭을 기록했고 영국·독일 등 유럽증시도 속절없이 무너졌다. 일본·홍콩 등 아시아도 마찬가지다. 다행인 것은 국내 증시의 선방이다. 맷집이 이제는 강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래도 코스피는 하루 등락폭이 60포인트가 넘을 정도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러나 금융구제법안이 채택된다 하더라도 시장에 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다시 말하면 미국 금융시장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그동안 우리 실물경제가 받을 부정적 영향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가 문제다. 환율, 물가, 투자 등이 쓰나미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기업 활동은 말할 것도 없고 물가를 비롯해 서민경제 전반이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우선 금리가 10%대에 육박하고 있다. 유가도 불안 조짐이다. 서민생활에 월가의 공포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환율 문제는 뾰족한 대응책을 찾기도 어렵다. 외환보유액을 푸는 것은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환율급등으로 실물경제 타격은 점점 커지고 있다. 우량 수출 중소기업들이 키코(KIKO) 피해 급증으로 줄도산 위기에 처했고 은행들의 외화대출 억제로 대기업들도 자금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위기가 가계와 기업으로 흘러들지 않게 선방해야 한다.

금융위기 속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멜라민 공포까지 겹쳤다. 멜라민 파문이 확산되면서 중국산 식품에 대한 불신이 노이로제 수준으로 번졌다. 그런데 알고보면 우리 주변은 온통 중국산 투성이다.

우리의 식탁을 알게 모르게 1차 식품의 중국산 농수산물이 점령한 실정에서 나도는 멜라민 파문은 1차 식품에 이은 2차 식품의 위해로 이어진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든다. 양식장 사료나 개 사료까지 멜라민이 판을 치고 있다. 국내산 분유도 출신성분이 불분명하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욱 한심한 것은 식품당국의 검사가 신뢰를 잃고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점이다. 검출이 안됐다며 먹어도 된다고 해 놓고 다시 멜라민 성분이 검출됐다고 번복을 했기 때문이다. 또 대통령은 멜라민 성분 표시를 왜 안하냐고 했다고 한다. 멜라민은 식품에는 전혀 들어가서는 안되는 화공물질인데 함량 표시를 안했냐고 묻는 자체가 코미디다. 여기에 야당 대표와 일행들이 멜라민 성분이 있는 과자를 먹어보라며 나눈 동영상 대화는 인기절정이다.

문제는 이 공포가 언제 끝나느냐이다. 월가 손실 규모는 원화로 환산하면 조(兆)단위를 넘어 영(0)이 16개나 붙는 경(京) 단위로 추산되지만 이게 끝이란 보장은 아직 없다. 멜라민이 들어간 가공식품도 앞으로 얼마나 더 나올지 모른다. 어찌됐건 우리는 이 끔찍한 공포를 슬기롭게 극복해야만 한다. 원인을 파악하고 선제적인 조치들이 따라야 한다. 또 이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는 것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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