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찰 놈
전자발찌 찰 놈
  • 문종극 기자
  • 승인 2008.10.01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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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문 종 극 편집부국장

조선시대 형벌에 대한 문헌을 보면 이 시대에 자주 사용됐던 욕은 형벌과 관련된 것이 많았던 것 같다. 그 중 지금까지도 내려오고 있는 욕도 많다. 주로 신체에 가하는 형벌에서 비롯되는 욕이다.

조선시대의 형벌은 기본적으로 태형(笞刑) 장형(杖刑) 도형(徒刑) 유형(流刑) 사형(死刑) 등 5형이 대표적이다.

이중 오늘날의 징역형에 해당하는 도형이나 유배를 보내는 유형과 관련된 욕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를보면 신체에 위해를 가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반 인간적이었던 같다.

'우라질 놈'이라는 욕이 있다. 이는 오늘날에도 나이 많으신 분들이 더러 사용한다. 말을 잘듣지 않는 손자를 쫓아가다 포기하고 돌아서면서 할머니가 혼자말로 '우라질 놈' 한다. 물론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내뱉는 것이다.

'우라질 놈'은 죄인을 묶던 오랏줄에서 왔다. 오랏줄로 묶을 놈이란 뜻이다. 사랑하는 손자를 오랏줄로 묶을 놈이라고 할 할머니는 없다. 그저 옛부터 내려오는 욕이니까 무심결에 내뱉는 것이다.

태형과 장형을 아우러 심한 곤장형을 치도곤(治盜棍)이라 한다. 회초리에 가까운 태형과 달리 장형 중에서도 가장 심한 치도곤을 당할 경우 장독(杖毒)이 올라 심하면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여기서 나온 것이 '치도곤 놓을 놈'이라는 욕이다. 지금으로 말하면 '패 죽일 놈'이다. 이 시대에 곤장형보다 더 무서운 것은 법외 형벌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난장(亂杖)이다. 주로 신문할 때 사용된 고문의 일종으로 신체 부위를 가리지 않고 여러 사람이 난타하는 것이다. 지금도 나이 많은 어른들이 종종 사용하는 '젠장할'이 바로 이 난장에서 나왔다. '제기. 난장을 맞을'이 줄어서 '젠장할'이 됐다는 것이다.

난장은 치도곤보다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아 세종은 물론. 중종과 영조도 하교를 내려 난장을 금하도록 했지만 민간에서는 여전히 행해졌으며 결국 '멍석말이'로 변해 일제시대까지 린치의 방법으로 이어졌다.

지금도 '젠장할'이란 말을 흔히 쓴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혼잣말로 '에이 젠장할'이라고 한다. 욕인지도 모르고 지껄이는 것이다.

조선시대 가장 심한 욕은 사형과 결부된다. 이 시대에 사형에도 등급이 있었다. 사약은 신체 부위를 손상하지 않기 때문 그중 가장 우대를 해주는 것이고 그 다음은 교형이다. 참형은 말 그대로 목을 치는 것인데 그보다 더 한 경우가 능지처참이다. 능지(陵遲)란 '언덕을 오르듯 천천히'란 뜻으로 죽어가는 고통을 최대한 가하겠다는 잔혹한 형벌이다. 그래서 '능지처참할 놈'은 욕이라기 보다는 저주에 가까운 것이다.

이와 비슷한 '육시랄 놈'도 있다. 시체를 도륙내는 육시(戮屍)라는 형벌에서 나온 것이다. 듣는 것만으로도 참혹하고 모골이 송연해지는 형벌이다. 그럼에도 지금도 '육시랄 놈'이라는 욕은 흔히 사용되고 있다. 뜻을 알고나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이다.

우리는 지금 첨단시대를 살고 있다. 조만간 첨단시대에 걸맞는 욕이 나올 것 같다. 바로 '전자발찌 찰 놈'이다. 충북에서 처음으로 검찰이 성범죄자에 대해 실시간 전자위치추적 전자발찌 부착을 청구한 사례가 나왔다. 재발위험성이 높은 상습범에 대한 청구다.

물론. 성범죄자라 해도 부착대상은 법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성범죄를 저지르는 몹쓸 사람들에게는 주위에서 그럴 것 같다. '전자발찌 찰 놈'이라고.

성범죄를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첫 시행에 들어간 전자위치추적제도가 성과를 거둬 '전자발찌 찰 놈'들이 사라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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