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분유 파문 중국 유모(乳母) 직업 각광“
오염분유 파문 중국 유모(乳母) 직업 각광“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9.25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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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분유와 우유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중국에서 ‘유모(乳母)’가 대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WSJ)이 보도했다.

WSJ는 24일(현지시간) A섹션 1면과 25면에 "중국의 오염우유 사태로 인해 일부 엄마들은 모유를 필요한 아기들에게 공급해 돈을 벌고 있다“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유모’로 직업을 바꾼 한 젊은 엄마의 사연을 소개했다.

생후 두달된 아들을 둔 티나 황(24) 씨는 남편 지만디 우 씨가 ‘나이 마(Wet Nurse 유모)’로 일하면 어떠냐는 제안에 기꺼이 응했다. 아들을 먹이고도 남을만큼 충분하게 젖이 나오는 그녀는 “얼마전 TV에서 오염된 분유 때문에 아기들이 먹지 못한다는 뉴스를 봤다. 남는 젖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비서로 일했던 황 씨는 한달 월급이 고작 1000위안(146달러)이었지만 유모로 바꾸면 1만2000위안(약1700달러)로 수입이 12배나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이 돈으로 아이에게 좋은 옷도 사주고 좋은 유아원에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오염분유 사태로 피해를 입은 중국 아기들은 4명 사망에 5만3000명 이상이 병에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유모 직업의 수요가 커지면서 온라인상에는 이를 알선하는 회사들의 광고가 실리고 있다. 유모알선업체들의 수는 오염분유 사태이후 두배로 증가했다.

이같은 업체중 하나인 지옹쟈 패밀리서비스 사의 아이 샤오샹 씨는 “유모 열기가 이렇게 뜨거운 적이 없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총 20명의 유모를 뽑는데 지난 5일간 지원자가 260명에 이르고 있다.

그는 유모 희망자들이 남편과 함께 면접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직접 남편에게 아내가 유모로 일해도 괜찮은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또한 유모 후보자의 아기도 보여줄 것을 요구한다. 아기가 살도 찌고 건강하다면 모유도 좋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유모 희망자인 장 아메이(28) 씨는 “내 젖은 아주 훌륭하다. 친척이 그러는데 젖의 색과 농도가 분유만큼 좋다고 한다”고 자랑했다. 모유의 양도 중요하다. 그녀는 두명을 먹여도 충분하다고 말한다.

유모알선업체에서는 유모들에게 도덕과 에티켓 몸가짐 등을 교육하기도 한다. 아울러 그들을 고용할 주인들과 함께 병원에 가서 유모의 건강상태를 검진하도록 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유모가 직업으로 인정돼 왔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이 이를 퇴폐적이라는 이유로 근절을 지시해 거의 사라지게 됐다.

의사들은 건강한 엄마의 모유는 아기들의 신체발달을 돕고 병에 대한 저항력을 강화시켜준다면서 다른 아기들에게 먹여도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이번 사태는 모유 수유를 꺼리는 풍조에 대해서도 반성을 하게 하는 효과를 주고 있다. 그간 중국에서는 분유업체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분유가 대중화됐다. 2000년 모유 수유비율은 62%였으나 2005년 38%로 크게 줄었다. 분유가 모유보다 낫다는 잘못된 믿음과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때문이다.

모유권장단체에서 일하는 양홍 휠러 씨는 “오염분유 파문은 비도덕적인 우유업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연이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일부 부모들은 오염분유에 대한 두려움으로 유모를 절박하게 찾고 있다. 충칭에 사는 샤오귀동 씨는 넉달된 아이에게 젖을 먹일 유모를 찾는 광고를 온라인에 냈다. ‘건강하고 위생적이며 수유량이 많은 유모’라는 조건이었다.

그는 유모에게 한달에 3천위안을 주고 숙식을 제공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아내와 이혼한 그는 “지금까지 어머니가 아이를 돌봤지만 오염분유 때문에 이젠 유모가 절실하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하지만 유모 수요는 도덕적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한 24세의 여성은 “많은 사람들이 이 직업을 경멸하지만 돈을 벌 방법이 이것밖에는 없다”고 말한다.

또 한가지 문제는 유모 자신의 아기에 대한 문제이다. 많은 유모들이 고용주의 집에 와서 그들의 아기에게 젖을 먹이지만 유모의 아기를 데려오지 말 것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유모를 희망하는 티나 황 씨는 “만일 집주인이 원한다면 두달된 우리 아기는 집에 두고 올 것이다. 아기한테는 쌀뜨물같은 다른 음식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샤오귀동 씨 역시 유모가 아기를 두고 올 것을 원하지만 “유모가 우리 아이한테 젖을 먹이는 동안 자기 아기가 울 것을 생각하면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모 희망자들은 그들의 수유가 아기 가족들과 좋은 관계를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장 샤오샹 씨는 유모에 응모하기 전에 이웃집 아기한테 젖을 먹인 적이 있다. 돈보다도 서로 친구가 되고 가족처럼 가까워지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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