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직(天職)휴가
천직(天職)휴가
  • 안병권 기자
  • 승인 2008.09.25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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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안 병 권 부국장(당진)

"또 다른 길 위에서 제2의 인생을 꿈꾼다."

'인생 이모작'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더 늦기 전에 생계와 자기만족을 함께 충족시키는 '행복한 밥벌이'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최근 방송을 통해 '천직 찾아 휴가가요'란 프로그램이 소개되면서 사회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보케베케'로 명명된 이것은 천직을 의미하는 '보케이션'(vocation)과 휴가를 뜻하는 '베케이션'(vacation)의 합성어로, '천직을 찾아 떠나는 휴가'를 말한다.

지난 2003년 미국에서 문을 연 '보케베케' 여행사이트는 '휴가동안 당신이 평생 꿈꿔왔던 직업을 체험해 보라'는 홍보 문구를 내걸었다. 이 여행사의 혁신성은 내놓은 상품에서 단연 돋보인다. 보케이션 베케이션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벗어나 휴가기간 동안 그들이 항상 꿈꾸었던 직업에 도전할 수 있는 여행상품을 마련했다.

고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천직을 찾도록 도와주고자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이직을 꿈꾸는 직장인들이 휴가를 활용해 평소 선망하는 직업을 멘터(mentor)와 함께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이색적인 '직업체험' 상품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생계와 자기만족이라는 두가지 욕망 사이에서 줄타기 하는 현대 사회의 직장인들에게 이들의 불안과 꿈을 간파한 보케베케라는 개념은 신선할 수밖에 없다. 보케베케는 수많은 직장인들의 직업 불만족과 전직의 욕망까지도 과연 해소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해 도전적인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체험을 한 이들의 75%가 자신의 열정이 일시적 '환상'에 불과하다는 점을 깨닫고 본래의 일터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그만큼 천직을 발견하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보상이 주어지는 어떤 '일'을 찾는 것에 앞서 스스로 어떤 특성과 기질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오랜 장고 끝에 천직 그 바다를 제대로 찾았다면 누구나 한바탕 신명나는 춤판을 벌이고도 남을 일이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에 비유되는 취업난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어렵게 취업문을 통과해도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나은 조건의 이직을 원하는 이른바 '파랑새증후군'이 확산되는 추세다. 실제로 직장을 다니면서도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천직인지 아닌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다른 길이 있는 것은 아닌지, 아직 그 길을 찾지 못한 것은 아닌지 애태우면서도 현재 직장을 포기하고 새로운 일을 모색하기란 쉽지 않다.

현대사회는 너무도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그런 변화는 사람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지만 거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보케이션 베케이션의 상품은 이같은 사람들의 고민을 절묘하게 포착했다는 점에서 높이 살 만하다. 무엇보다 여행을 '휴식'으로 여기는 고정관념을 뛰어 넘었다. '새로운 기회'로 설정한 사고의 전환은 놀라움이라 할 수 있다. 이직을 위해 그동안 일궈온 경력을 버린다는 것은 위험 부담이 매우 크지만 한번쯤은 시도해 볼만하다.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과 비용으로 냉철하게 이직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계기가 될수 있다면 더욱 그렇다.

현재의 생활에 파묻혀 잊고 지낸 시간동안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얻고자 달려왔는지 되돌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 꿈이 무엇인지, 인생에서 꼭 이루고 싶었던 일은 무엇이었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면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게 일반적인 사람의 속마음이고 보면 보케베케는 누구에게나 의미있는 대안이 아닐까.

무엇인가 꿈꾸고 있다면 지금 당장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특별한 체험 그 후에 어떤 선택을 하게 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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