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충북도의원님들
친절한(?) 충북도의원님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9.2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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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농가 DB사업 예산, 집행부 '삭감'-의회 '증액'
"예산심사 과정에서 의원들이 예산을 증액하는 경우는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집행부는 많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의원들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예산을 삭감하는 게 예산심사과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예산심사가 끝나면 의원들이 지나치게 많은 예산을 깎았다고 집행부가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해마다 반복되는 예산심사의 뒷얘기들이다.

그런데 현재 진행중인 충북도의회 추경예산안 심사과정에서 집행부가 여건 변화로 인해 확보된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하자 의원들이 안된다며 친절하게() 예산을 다시 살려주는 보기드문 풍경이 연출됐다.

문제가 된 예산은 정예 농가를 선정해 이들의 경지면적 같은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한 DB사업 예산 5000여만원.

이 예산은 올 초에 도의회가 방망이를 두드려 확보해 준 돈이다.

그러나 도는 이 사업을 진행하지 않기로 하고,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로 했다.

내년에 정부가 전국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농가DB 사업과 중복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추경예산안 자료를 검토하다 이 사실을 발견한 도의회 산업경제위원회는 즉각 제동을 걸었다.

담당부서가 예산삭감의 배경을 설명했지만 자체적으로 DB를 구축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당초 계획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산업경제위원회는 밀어붙였다.

그런데 의원들도 이런 경우를 처음 접하다보니 어떤 방법으로 예산을 살려야 하는 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이런 경우를 '예산증액'과 '존치' 가운데 무엇으로 봐야 하는지도 의원들을 헷갈리게 했다.

결국 저녁 식사중인 도의회 사무처장을 호출해 관련 규정을 찾아본 끝에 '예산증액'으로 결론을 내리고 담당국장인 농정국장을 부랴부랴 찾아 동의를 받아내는 절차를 거쳐 예산을 증액시켰다.

한바탕 소동을 벌이느라 지난 22일 도의회 산업경제위원회 사무실은 오후 8시가 넘도록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다.

도의회 관계자는 "집행부가 하겠다는 사업을 의회가 제동을 걸어 못하는 경우는 봤지만 이런 경우는 도의회가 생긴 이래 처음인 것 같다"며 "이 예산의 증액이 최종 확정되기까지는 정책관리실장과 도지사의 동의를 얻는 절차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도 관계자는 "사전에 의회와 논의가 있었으면 이런 소동은 없었을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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