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가 칭찬한 부동산정책
2%가 칭찬한 부동산정책
  • 권혁두 기자
  • 승인 2008.09.24 09: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권 혁 두 부국장 <영동>

최근 조중동 가운데 한 신문이 창간특집 여론조사를 하며 대통령의 잘한 점을 물었다. 응답률이 아주 미미한 가운데서도 1위가 '부동산정책 완화'로 꼽혔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2%에 불과했다. 67%가 잘한 일이 없다는 평가를 내렸으니 제일 잘했다는 평가를 받은 항목이 2%에 그친 점이 이해가 간다. 어쨌든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을 칭찬한 이 2%의 지지세는 앞으로도 확고부동할 것 같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과세기준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하고 세율도 지금의 30∼50% 수준으로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10억원짜리 주택 소유자의 경우 지금까지는 과세기준을 초과한 4억원에 대해 종부세 360만원이 부과됐다. 그러나 정부안대로 세제가 바뀌면 과세기준 초과분 1억원에만 세금이 매겨지고 세율도 절반으로 떨어져 40만원만 내면 된다. 사실상 종부세가 없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는 지난 1일 '2008 세제개편안'을 통해 종부세 과표적용률을 동결하고 보유세 세부담 상한을 300%에서 150%로 하향 조정했다. 종부세에 부과되는 농특세도 폐지했다. 법인세와 소득세, 상속·증여세, 양도소득세, 법인세 등의 세율도 일제히 인하했다. 이익을 많이 내는 큰 기업, 고소득 자영업자, 고액 연봉자 등 주요 과세계층이 집중적인 혜택을 볼 수밖에 없는 세금들이다. 부자들을 위한 세제개편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종부세는 전체 가구의 2%만 내는 '부자세금'으로 치부돼 왔다. 이제 1%도 채 안되는 부자들만 내는 세금이 돼 '거부(巨富)세금'으로 불러야 할 것 같다. 2%를 위한 부동산정책이 2%의 지지를 얻었다는 정직한 여론조사는 정책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98%를 소외시킨 정책에 다름아니라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감세정책의 혜택은 부자들이 누리고 부작용은 서민들이 떠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그동안 거둬들인 종부세는 지방교부금으로 지자체로 내려가 지방 균형발전에 투자됐다. 종부세가 감면되면 당장 교부금에 의존하는 가난한 지자체 재정이 문제가 된다. 종부세 감면이 내년에 시행되면 감세규모가 2조2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가 지방에 배려할 교부금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얘기다.

정부가 보완책으로 내놓은 '자치단체간 재원조정제도'는 황당하다 못해 순진하다. 재정이 탄탄한 지자체의 재원으로 열악한 지자체를 지원하겠다는 발상이다. 재정확충을 위해 지자체들이 무한경쟁하는 마당에서 새로운 지역간 갈등과 계충간 위화감만 조성하기 십상이다.

결국 지방재정 악화는 재산세 인상으로 풀 수밖에 없다. 종부세로 2%에 혜택을 주고 재정에 난 구멍은 전국민이 분담해서 메꾸게되는 셈이다. 더욱이 다른 세금까지 포함한 감세정책이 전면 시행되면 5년간 감세규모가 최소 20조∼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매년 10조원 이상의 세수가 감소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고가 썰렁해지면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정책이 후퇴할 수밖에 없고 결국 사회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종부세는 현재 서을 강남 주민들에 의해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이 때문에 은퇴후 특별한 소득없이 생활하는 고령자 등은 조세정의 차원에서 구제해야 한다는 동정론도 나오고 있다. 굳이 종부세를 손보려면 아예 폐지하는 수준으로 갈 것이 아니라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부분만 보완하는 선에서 개선하는 것이 옳다. '강부자 정부'라는 꼬리표를 계속 달고갈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