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발질만 하는 부동산 대책
헛발질만 하는 부동산 대책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9.22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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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 경 훈 경제부장

정부가 앞으로 10년간 주택 500만 채를 짓는 것을 골자로 한 대규모 주택 공급 계획을 지난주 발표했다.

이를 지켜본 지역 주택건설업체들은 또다시 실망감에 휩쌓였다. 이제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후 부동산관련 정책이 꾸준히 발표됐지만 지방에 적용할 수 있는 정책은 과연 몇개나 되는지 허탈할 뿐이다. 대부분 서울 강남 등 핵심지역이나 수도권에 집중됐고 인구가 많은 지방 광역도시조차 부동산 관련 정책적 혜택을 보는 곳은 드물다.

이번 주택공급 정책만 해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는 전국에 넘쳐나고 있는 미분양 아파트도 컨트롤하지 못하는 마당에 어떻게 집을 더 짓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수도권 2만 가구를 포함해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15만 가구에 달한다. 이 통계는 주택업체들의 자발적 신고에 의한 것이다. 분양률 공개가 영업관행상 비밀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이보다 훨씬 미분양이 많아 25만가구까지 이른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충북도 족히 1만가구는 될 것이다.

아파트를 팔지 못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일부 주택업체들이 분양가를 할인해주는 속칭 '떨이 판매'에 나서 앞서 입주한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준공후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입주를 애타게 기다리는 불꺼진 미입주 물량도 상당하다. 이런 마당에 아파트를 더 지으려는 업자도 없겠거니와 지어봐야 미분양 물량만 더 늘릴 게 뻔하다.

여기에 그동안 엄두도 내지 못했던 수도권의 그린벨트 100㎢가 추가로 풀리고, 군사시설보호구역 등이 대거 해제돼 재산권 행사가 가능하게 된다. 그동안 정부가 즐기면서 단골로 발표해 왔던 신도시 건설은 이제 경쟁력이 떨이지게 됐다. 멀리 신도시까지 갈 필요없이 도시인근 그린벨트지역에 집을 얻는 것이 훨씬 이득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동산 규제완화 흐름속에 꽁꽁묶여 있던 땅들이 기지개를 펴게 됐다.

국방부는 22일부터 서울, 인천, 경기, 강원 등 38곳 2억1290여만㎡가 군사시설보호구역에서 해제되고 인천, 경기, 강원 등 20개 지역 2억4120여만㎡은 완화된다고 발표했다. 해제 및 완화지역은 여의도 면적을 기준으로 각각 72배, 82배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다.

또 국토부는 도심지 재개발과 재건축 규제완화를 통해 37만가구를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다.

소형·임대주택 건설의무비율과 용적률 제한 등 그동안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을 가로막는 핵심 규제로 꼽혀 왔던 제도들이 손질돼 이르면 다음달 초쯤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들 정책의 수혜지역이 대부분 수도권이라는 점이다. 결국 지방에서 볼 때 새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헛발질에 불과했던 것이다.

지난주 증권객장의 개미들은 롤러코스터를 탄 것 이상의 충격을 받았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세계 경제위기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우리도 피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 됐다.

그러면서 분명히 기억해야할 것은 월가의 금융위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첫 출발이 됐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부동산 자산 가치 하락에 따른 금융 불안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뚝 떨어질 경우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해질 것은 물론이다. 공급을 늘리고 게다가 분양가를 지금보다 15% 낮추겠다는 발상이 문제의 불씨를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정책은 가장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정곡(正鵠)을 짚어 빠르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 시장이 신뢰하고 반응이 있는 정책이 시급하다. 월가로부터 교훈을 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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