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간, 전당만이 최선인가
문화공간, 전당만이 최선인가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8.09.18 2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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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 숙 자 <교육문화부장>

가을이면 유독 부산해지는 곳이 있다. 문화예술계다. 이맘때면 문학작품집이 쏟아져 나와 홍수를 이루고, 공연과 전시가 곳곳에서 이뤄진다. 넉넉한 가을처럼 문화예술계도 풍성해진다.

그러나 뜯어보면 공연장 부족현상을 되풀이하고 있는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풍성함을 느끼기도 전에 전시장 확보에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한다. 그나마 공연장이나 전시장으로의 골격을 갖춘 곳은 이미 예약이 만료된 상태여서 뒤늦은 전시 기획은 엄두도 못 낼 형편이다.

이렇게 턱없이 부족한 문화예술기반 시설은 충북 도내 예술제나 축제의 성격마저 색깔을 찾지 못하고 비슷한 행사로 전락시키고 있다. 굵직한 문화예술 행사 90% 이상이 청주예술의 전당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보니 일반인들은 행사 개념도 인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청주예술의 전당에서 열렸던 직지축제 관람객들은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와 혼동하며 입장료를 문의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여기에 크고 작은 행사마저 청주예술의 전당을 고집하다 보니 공연장은 매년 가을 몸살을 혹독히 치러야만 한다.

이런 가운데 충북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연장인 성무문화관이 11월부터 일반 대여를 재개한다고 한다. 문화예술인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교육시설로 조성된 성무문화관이 완벽한 문화공간으로의 이용이 쉽지 않을 전망이나 대형공연장 확보 차원에서, 그리고 격조 있는 공연장 활용 차원에서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으니 약간의 숨통이 트인 셈이다.

그런가 하면 2년째 갈피를 잡지 못하고 파행 운영되고 있는 운보의 집이 정상화를 위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운보의집정상화대책추진위원회에 '운보의집 정상화 추진방안'을 제출해 달라고 공식요청이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선 여러가지 추측이 있지만, 예술인들은 그동안 질질 끌려오던 운보의 집 정상화에 대해 주무관청으로써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마지막 결정의 시기를 잡으려는 것 아닌가 하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한 이참에 주무관청을 충북도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운보의 집 관리 운영에 귀추가 주목된다.

복잡한 내부 사정으로 이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운보의 집이 정상화된다면 전시장으로의 기능은 물론 훌륭한 문화공간으로써 시민들의 문화 향수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이러한 문화시설 점검이나 새로운 공간 조성에 관한 문제 제기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늘 때 되면 거론되는 사안이다. 그런가 하면 도립이니 시립이니 하는 미술관 건립이 가시화되는 듯하다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실망감을 안겨준다. 불씨만 남겨놓고 부족한 예산을 이유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되풀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공연장 조성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대형 공연장이나 전시장 설립이 어렵다면 대안공간 활용 방안도 기관에서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공간의 차별화만으로도 비슷비슷한 축제에서 특화된 행사로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운보의 집처럼 있는 공간마저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관리와 활용을 적절히 조화시킬 필요도 있다. 대관 신청 때마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신청장에서 벗어나 예술인들의 문화 향기가 크고 작은 공간에서 살아숨쉬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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