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종교인이란
무릇 종교인이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9.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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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김 태 종 <삶터교회 목사>

요즘 정치문제가 종교문제로 이어진다는 소식이 종종 들리는데, 거기서 세상의 어수선함을 느끼곤 합니다. 도저히 그렇게 이어져서도 안 되고, 이어질 수도 없는 문제인데, 그런 당위성이 깨졌고, 그로 인해 한쪽에서는 득세를 했다고 우쭐거린다는 이야기, 다른 한쪽에서는 정치가 어찌 이렇게 갈등을 조장하느냐는 불만들이 높아져 가는 모양입니다.

가만히 지켜보는 내가 보기에 현재는 정권을 잡은 쪽이 지지하는 종교가 힘을 얻고 세를 불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눈앞의 것을 얻으려다가 그것도 얻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의 종교를 형편없는 집단주의로 전락시켜 미래를 어둡게 하는 몸짓일 뿐입니다. 그런 정치권력으로부터 소외되는 종교 쪽이야말로 힘을 비축하여 미래로 향하는 문을 열 수 있는 때가 지금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말입니다.

종교란 그렇게 어떤 힘을 등에 업고 몸집을 불릴 수 없는 것, 만일 그렇게 했다가는 추악하게 타락해 시대의 꼴불견으로 남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더라는 것이 역사가 또렷하게 드러내 준다는 것을 다시 생각나게 하는 현실들입니다.

모든 사람은 그 자신의 존재 의미와 가치에 있어서 그 무엇으로도 견줄 수 없고,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입니다. 그런데 한 시대를 장악하는 힘이 생기면 그 힘은 언제나 이 소중한 보물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수단이나 도구로 삼으려는 못된 시도를 거듭한다는 것도 역사를 통해 밝혀진 사실입니다.

그런 마당에서 인간의 가치를 밝혀주고, 그것을 지키는 일이야말로 종교가 가진 중요한 기능일 것입니다. 상황이라고 하는 것이 이 아름답고 소중한 존재의 진실을 훼손할 수 없다는 것도 일깨우고 말입니다. 다만, 스스로 존재의 진실을 외면하고 권력의 도구나 수단으로 전락하여 거기서 오는 천박한 즐거움을 누리며 사는 이들은 예외일 터이지만, 종교의 눈으로 볼 때 그것은 혼란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 또한 들춰 밝힐 필요가 있음은 말할 나위도 없고 말입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정치로부터 파생된 종교적 갈등은 어느 종교에는 큰 보탬이 되고, 다른 종교에는 손실이 되는 일은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집니다. 정치문제가 종교문제로 이어진다면 그 정치 당사자의 정치적 자질에 관한 문제일 것이고, 그런 정치인이 몸담고 있는 종교의 현주소가 어디인지도 분명해집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현재 상황을 부끄러워하는 개신교인도 알고 있고, 더욱 자신을 진지하게 성찰하면서 겉으로 나타나는 문제를 속을 다듬고 여물리는 도구로 삼겠다는 불교지도자도 만나 보았습니다. 그런 이들을 만나면서 우리의 종교적 미래가 그리 어둡지 않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모든 인간은 온 우주를 통틀어 단 하나뿐인 보물입니다. 그것은 사람뿐 아니라 존재하는 모든 것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종교는 그런 사실의 확인으로부터 인간에게 행복을 주는 중요한 기관이 되고, 모든 존재에게는 안심의 근거가 되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합니다. 그런 존재의 진실이 보장되는 세계에서 속 얕은 정치적 술수 같은 것들은 그야말로 큰 걸음으로 걸어가는 코끼리 옆의 달팽이쯤 된다는 것도 생각하게 됩니다.

종교인이 정치를 한다는 것에 걸맞은 정치적 상황이 전개되길 바라면서 마지막 열매들을 여물리는 하느님의 손길인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세상을 보며, 그 햇살 아래 몸을 내놓고 마음껏 따사로움을 품어보는 늦여름이자 초가을의 한낮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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