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복고풍
추억의 복고풍
  • 남경훈 기자
  • 승인 2008.08.20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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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 경 훈 경제부장

한국경제는 지금 몇시인가. 각종 경제지표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고음을 내면서 한국경제가 뒷걸음질치고 있다.

고물가에 되살아난 추억의 먹을거리가 넘쳐난다. 20년전 또는 10년전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안내문구도 눈길을 끈다. 또 절전을 위한 각종 아이디어가 봇물을 이루고 자전거가 대세로 자리를 잡고 있다. 농촌에서는 사료값 인상으로 소꼴베기 운동도 벌어진다. 그만큼 경제가 어렵고 힘들다는 뜻이다.

요즘 마트에서는 과거 국민 간식으로 사랑받다가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소비자 손길이 뜸해졌던 저가형 식료품들이 부활하고 있다. 고물가시대가 닥치자 '부담없이 먹고 마실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소비자들이 다시 찾고있는 것이다. 식료품 소비시장에 '복고풍'이 불고 있다.

먼저 저가 음료의 대표주자 격인 '쿨피스' 판매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쿨피스는 1980년 처음으로 선을 보인 국내 최초 유산균 음료다. 고급 음료에 가려 한동안 소비가 주춤했지만 최근 상큼한 과일향에 유산균이 첨가됐고 가격까지 저렴하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편의점에서는 삼립식품, 샤니, 기린 등에서 나오는 봉지빵 판매가 부쩍 늘었다. 이렇다보니 그동안 대세로 자리를 잡았던 매장형 고급빵 시장은 정체 혹은 퇴보 상태다.

또 디지털시대에 역행해 아날로그 감성을 즐기는 이들이 늘면서 추억의 수동 제품도 눈길을 끈다. 온라인몰에서는 최근 필름 카메라 등 수동제품과 만년필, 라디오 등 이른바 '구닥다리' 사양제품들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의 복고풍은 교육현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치원생·초등생 대상 웅변학원과 주산학원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리더십', '발표력'에 대한 관심이 사교육으로 이어지며 90년대 초 이후 인기가 시들했던 웅변학원 인기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또 주산이 계산력을 높여주고 두뇌 계발에 좋다는 이유로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까지 두루 주산학원에 다니고 있다. 영어 논술이 대세인 학원가에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바람은 농촌에서도 불고 있다.

국제 곡물값 폭등에 따른 사료가격 인상으로 축산농가가 어려움을 겪자 과거처럼 산과 들판에서 자라는 풀을 소에 먹이기 위한 '소꼴베기 운동'이 전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충북농협은 '축산농가 들풀이용 지원센터' 현판식까지 열고 부존자원 이용에 축산농가의 적극적 참여를 권장하고 있다.

어디 이 뿐인가. 노래방, 비디오방, PC방 등 '방 문화'에 밀리고 골프장과 승마 등 귀족 스포츠에 기죽었던 당구장도 되살아나고 있다. 80년대 대학가 중심으로 붐을 이뤘던 당구장의 20년만의 등장은 새로운 스포츠와 오락문화의 산실이 되고 있다. 당구 열풍은 중장년층에게 대학시절의 추억 어린 운동이라는 것뿐 아니라 불경기로 경제가 어려워져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여럿이 즐길 수 있고 건강에도 좋다는 점이 맞아떨어지면서 붐을 이룬다.

이쯤되면 "잘 살아보세, 잘 살아보세.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라는 1970년대 초 전국 방방곡곡에 울려 퍼지던 '새마을 노래'도 나올 만하다.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있던 추억의 복고풍은 최첨단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생활의 한편에 아주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있다.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경제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국민들의 감성에 맞춘 유통업체들의 마케팅 전략으로 이런 현상을 해석하기는 힘들게 됐다. 어렵게 살아왔던 지난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지금의 난국을 이겨내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 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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