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원몽(百年圓夢)
백년원몽(百年圓夢)
  • 남경훈 기자
  • 승인 2008.08.08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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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 경 훈 경제부장

100년 만에 이뤄진 꿈이란 뜻의 백년원몽(百年圓夢).

중국인들은 오늘 팡파르가 울리는 제29회 베이징올림픽을 백년원몽이라 부른다. 중국의 한 신문이 지난 1908년 사설을 통해 올림픽 개최를 제안한 지 꼭 100년 만에 베이징올림픽이 개최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지난 100년은 왕조의 몰락, 공산혁명, 문화대혁명, 개혁개방 등 변혁의 역사였다.

그래서 중국인들에게 올림픽은 중국의 100년이 성공한 역사임을 증명하기 위한 무대다. 고통과 가난에서 벗어나 세계의 중심에 다시 섰음을 선언하는 자리다. 올림픽에 대한 중국인들의 기질은 여기저기서 묻어나오고 있다.

당초 개막시간이 2008년 8월8일 오후 8시8분에서 오후 8시 정각으로 고쳐지긴 했지만 이들은 8자를 너무도 좋아한다.

그도 그럴 것이 8(八)은 중국어로 '바'로 발음되는데, '돈을 벌다'라는 뜻인 '파차이(發財)'의 '파(發)'와 발음이 비슷하다. 재물을 숭상하는 중국인들에게는 행운의 숫자로 여겨졌다.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신년호 사설에서 "올림픽은 중국 5000년 역사를 세계에 알리는 역사적 행사"라고 정의했다. 이미 명물이 된 냐오차오(올림픽주경기장), 수이리팡(올림픽수영경기장)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던' 중국을 알리는 게 진짜 목표다. 고대문명의 발상지중 하나며 나침반, 종이 등 인류의 역사를 바꾼 발명품을 만든 나라라는 자부심에 어울리는 정신문명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의 입장순서를 한자 획순으로 정한 것도 중국정부의 이러한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거부하고 그 자리에 한자를 밀어넣었다. 서방 중심의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이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화사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베이징 서우두박물관에서는 전국 26개성에서 올라온 국보급 유물이 올림픽 기간 동안 전시된다. 지난달 16일엔 황제들의 즉위식이 열렸던 자금성 최대 전각인 태화전이 2년여의 보수를 마치고 문을 열었다. 자금성을 둘러싼 해자도 전체 21 가운데 19를 복원해 물길을 이었다.

이 밖에 이허위안과 만리장성 등 중국정부가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수리 복원한 문화재는 139개소, 연면적 33만에 이른다. 총투자액은 73억1000만 위안에 달한다.

그렇다고 과거에만 매달리는 것은 아니다. 현대판 피사의 사탑으로 불리는 CCTV, 우주선이 내려앉은 것 같다는 세계최대의 공연장인 국가대극원, 인천공항의 두배 크기인 공항3청사 등은 중국의 경제력을 상징한다. 세계의 중심이 된 중국의 모습이 점점 확실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이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중화의 부흥'이다. 차이나와 르네상스를 합친 '차이나상스'(Chinassance)다. 중국 역사상 가장 강력했다는 성당(盛唐)시대를 재현하고 하드파워(정치·경제)와 소프트파워(문화·과학기술) 등 영역에서 진정한 세계의 강대국으로 대접받겠다는 다부진 의지가 엿보인다.

지난해 말부터 유행한 노래 '한·당시대로 돌아가자'는 이같은 꿈을 잘 드러내고 있다. 중세 때 유럽에 '문예부흥'이 있었듯이 현대 중국 대륙에 '중화부흥'을 일구겠다는 것이다.

이런 역사의 장에 충청권 출신들이 각국의 선수들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한다. 충북에서는 사격의 김윤미, 양궁의 임동현 박경모, 레슬링의 박은철, 복싱의 이옥성 선수가, 대전 충남에서는 수영의 박태환을 비롯해 마라톤의 이봉주, 야구에서 류현진이 충청의 기개를 떨친다.

이들이 큰 것을 좋아하고 허풍 떨고, 장사꾼 냄새만 나는 중국인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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