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와 복숭아
옥수수와 복숭아
  • 남경훈 기자
  • 승인 2008.08.0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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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 경 훈 경제부장

삼복(三伏) 무더위에 우리 입맛을 잡는 전통적 먹을거리는 옥수수와 복숭아다.

이 두가지 농산물은 특히 충북의 특산품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국적 명성이 자자하다. 그러나 올해는 이들의 처지가 대조적이다.

원산지가 멕시코로 추정되는 한해살이 풀 옥수수는 버릴 게 없을 정도로 산업적으로도 유용하다. 노예무역시대에는 화폐 구실도 했다. 국내에는 16세기쯤 명나라를 거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고려 때 원나라를 통해 들어왔다는 설도 있다. 옥수수가 나오는 전래 설화도 흥미롭다. 이를테면 남매를 쫓던 호랑이가 썩은 동앗줄을 잡고 하늘로 올라가다 옥수수 밭에 떨어져 죽었다는 식이다. 설화에 따르면 옥수숫대의 붉은 얼룩은 호랑이 핏자국이다.

꽃말로 보면 옥수수는 재물, 보배를 가리킨다. 미국 시인 롱펠로는 '진주와 같다'고 읊었다. 8월 보릿고개에 북한에선 더 없이 소중한 주식이 되다 보니 사실 진주 보다 귀하다.

한여름 폭염과 함께 서민들이 쉽게 맛볼수 있었던 것이 옥수수다. 옥수수 맛하면 단연 괴산 장연 대학찰옥수수를 꼽는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대학 찰옥수수의 판로가 막혀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고 한다. 이유는 지난해보다 약 두배가량 수확량이 늘어 직거래 등 판로에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괴산군 장연지역 대학찰옥수수 가격은 1부대당(옥수수 30개) 1만3000원에서 1만5000원까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옥수수 재배 농가들은 판매가 쉽지 않아 농협 등에 헐값으로 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럴 경우 1부대당 4000∼5000원의 낮은 가격이어서 울며 겨자먹기식 출하에 나서고 있다.

옥수수는 특성상 수확시기와 판매시기를 놓칠 경우 딱딱해지는 현상이 나타나 상품가치도 떨어진다. 특히 올해는 옥수수 작황까지 좋은데다 옥수수 재배농가도 크게 늘어났다. 이 뿐만 아니라 옥수수 30개를 얻기 위해 들어가는 비료가격은 1만여원에 이르고 있어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는 재배농가들의 불만도 많다. 그 맛 있는 옥수수 신세가 참 딱하게 됐다.

옥수수와 함께 요즘 출하되기 시작한 복중 최고의 과일인 복숭아는 하늘 높은줄 모르고 상종가를 치고 있다. 부자 아니고는 맛보기도 힘들게 됐다. 복숭아 하면 그중 으뜸이 음성 감곡 복숭아다. 음성의 '햇사레복숭아' 1상자가 31만원의 경매가를 기록,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음성에 사무실을 둔 햇사레과일조합공동사업법인이 출하한 복숭아 3000상자 중 11상자가 지난 31일 새벽 서울 가락시장 서울 청과에서 실시된 경매에서 31만원씩에 낙찰됐다. 4.5짜리 상자당 11∼12개의 복숭아가 담긴 점을 감안하면 복숭아 하나 가격이 한우 등심 1근과 맞먹는 셈이다. 법인측은 공동선별장에 모인 친환경 복숭아 중 씨알이 굵은 무게 400g 이상의 '대형 복숭아'만 특별히 골라 11상자에 담았다고 한다. 14∼18개씩의 보통 복숭아가 들어있는 나머지 상자들은 평균 2만5000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11상자의 초고가 복숭아를 사들인 중도매인은 이를 서울시내 유명 백화점에 납품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햇사레복숭아는 지난 2002년 경기도의 동부 과수농협, 장호원 농협, 충북의 음성농협, 감곡농협이 만든 단일 브랜드이며 이들 농협은 공동선별, 공동출하, 공동마케팅 등 연합사업을 벌이고 있다.

도계(道界)를 뛰어넘어 농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노력한 끝에 명품화에 성공한 것이다.

이번주부터 본격 시작된 여름 휴가철, 음성과 괴산지역 국도변에는 복숭아와 옥수수 갓길 판매대가 줄지어 선보이고 있다. 이왕이면 옥수수 한자루가 더 팔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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